항암 일정, 검사 수치, 처음 듣는 약 이름… 진료실에서는 분명 고개를 끄덕였는데, 문을 나서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이 질문이 한꺼번에 떠오르는 일이 흔합니다. 다음 외래는 몇 주 뒤이고, 새벽에는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챗봇에 물어보는 분이 부쩍 늘었습니다. 낯선 용어를 쉬운 말로 풀어 주고, 밤 세 시에도 대답하고, 몇 번을 되물어도 지치지 않으니 한숨 돌리게 되지요. 다만 이 도구가 답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 알고 쓰는 것과 모르고 쓰는 것은 꽤 다릅니다.

AI 챗봇은 사실을 찾아 주는 사전이 아니라, 방대한 문장을 학습해 '다음에 올 법한 말'을 자연스럽게 이어 붙이는 도구입니다. 그래서 문장은 매끄럽고 확신에 차 보이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논문·통계·진료지침을 그럴듯하게 지어내기도 합니다. 이를 환각(hallucination)이라고 부릅니다. 학습된 시점 이후에 바뀐 지침이나 새로 허가된 약, 나라마다 다른 보험 기준은 반영되지 않을 수 있고, 사용자가 믿고 싶어 하는 쪽으로 맞장구를 치는 경향도 알려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챗봇은 그 사람의 병기와 조직형, 간·콩팥 기능, 함께 먹는 다른 약, 지난 부작용 기록을 알지 못합니다. 같은 질문이라도 답이 사람마다 달라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쓸모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AI가 비교적 잘하는 일은 따로 있습니다. 어려운 의학 용어를 평이한 말로 바꿔 설명하기, 길고 복잡한 안내문의 요점을 정리하기, 지금까지의 경과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두기, 다음 진료 때 물어볼 질문 목록을 만들어 보기, 외국어 자료의 대략적인 뜻을 파악하기 같은 일들입니다. 밤중에 불안이 밀려올 때 말상대가 되어 준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정리하면, AI는 '결론을 내리는 자리'보다 '이해를 돕고 질문을 다듬는 자리'에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반대로 챗봇에게 맡기지 않는 편이 나은 질문도 분명합니다. 약을 얼마나 먹을지·건너뛸지·끊을지, 지금 응급실에 가야 하는 상황인지,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는지, 검사 수치 하나가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 건강기능식품이나 한약이 지금 쓰는 항암제와 부딪히지 않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이런 판단은 영상 소견, 조직검사 결과, 혈액검사 흐름, 몸 상태(수행상태), 동반 질환을 모두 함께 봐야 내릴 수 있습니다. AI가 내놓은 숫자 하나 때문에 스스로 약을 조절하거나, 반대로 병원에 갈 시점을 미루는 일이 가장 위험합니다.

개인정보도 한 번 더 생각해 볼 부분입니다. 대화 내용이 서비스에 저장되거나 품질 개선에 쓰일 수 있으므로, 이름·주민등록번호·연락처·병원 이름과 환자번호, 진단서나 검사지 사진을 그대로 올리는 일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꼭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면 '60대 남성, 소화기 계통 암, 항암 3주기 진행 중'처럼 신원을 알 수 없게 바꿔서 적어도 충분합니다.

실제로 쓸 때는 이런 순서가 도움이 됩니다. 첫째, 답을 '결론'이 아니라 '질문지'로 바꿉니다. 읽고 나서 이해되지 않은 부분을 두세 줄로 적어 두었다가 진료 때 그대로 묻는 식입니다. 둘째, 근거를 요구하고 그 근거를 직접 확인합니다. 링크나 문헌 이름을 대더라도 실제로 존재하는지, 내용이 맞는지 눌러 보기 전에는 믿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셋째, 국가암정보센터나 진료받는 병원이 제공하는 환자 안내 자료처럼 공신력 있는 곳과 교차 확인합니다. 넷째, 진료실에서 "AI에서 이런 설명을 봤는데, 우리 경우에는 어떤가요?"라고 물어봅니다. 의료진에게 그 사실을 말해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어디서 오해가 생겼는지 빨리 정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기다릴 수 없는 신호는 챗봇이 아니라 병원의 몫입니다. 38도 이상의 발열이나 오한, 숨이 차거나 가슴이 답답한 느낌, 갑작스러운 심한 복통, 멈추지 않는 구토와 설사, 소변량이 뚝 떨어질 때, 피부와 눈 흰자가 노래지고 소변색이 진해질 때, 코피나 잇몸 출혈이 멎지 않을 때, 의식이 흐려지거나 말이 어눌해질 때는 즉시 치료받는 병원이나 가까운 응급실에 연락해야 합니다. 이럴 때 검색이나 챗봇 대화로 보내는 30분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짧은 진료 시간에 다 묻지 못한 마음을 어딘가에 풀어 두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AI는 곁에서 설명을 도와주는 도구일 뿐, 내 몸의 자료를 보고 책임 있게 판단해 주는 사람은 아닙니다. 병원마다 담당 간호사, 항암 교육 담당, 사회복지팀, 환자상담 창구처럼 다시 물어볼 수 있는 통로가 있으니 첫 치료 전에 연락처를 확인해 두면 밤에 덜 막막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치료 방침, 약 복용, 검사 결과 해석은 반드시 진료 중인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