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가 한 고비를 넘기고 나면 많은 분이 식단 책을 찾습니다. 수술도 항암도 내 손으로 정할 수 없었는데, 오늘 저녁에 무엇을 올릴지는 내가 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마음은 자연스럽고, 실제로 식사와 활동은 치료 후 회복에서 의료진도 함께 권하는 영역입니다. 다만 서점에 놓인 책들이 모두 같은 무게의 근거를 담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책을 고르고 읽는 방법을 조금 알아두면 마음도 지갑도 덜 흔들립니다.

먼저 책의 '뒤쪽'을 봅니다. 참고문헌 목록이 있는지, 세계암연구기금(WCRF/AICR)이나 미국암학회(ACS) 같은 국제 권고를 인용했는지, 저자가 임상영양사·의사·연구자인지 확인해 보십시오. 출간 연도와 개정 여부도 의미가 있습니다. 반대로 조심해야 할 신호도 비교적 뚜렷합니다. 특정 식품 하나나 보충제 하나가 암을 막아준다고 말하는 경우, 단식·해독(디톡스)·극단적 제한을 권하는 경우, 저자가 파는 제품이나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는 경우, '의사가 알려주지 않는'이라는 틀로 병원 치료를 불신하게 만드는 경우입니다. 표준 치료를 미루거나 끊게 만드는 책은 그 자체로 위험합니다.

근거의 무게도 다릅니다. 세포나 동물 실험에서 어떤 성분이 암세포를 억제했다는 결과는 사람이 그 음식을 먹었을 때의 결과와 같지 않습니다. 특정 식습관을 가진 사람들을 관찰한 연구(observational study)는 '함께 나타나는 경향'을 보여줄 뿐, 원인과 결과를 확정하지 못합니다. 무작위배정 임상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까지 간 식이 연구는 많지 않고, 그래서 지금의 권고는 대개 '한 가지 음식'이 아니라 '전체 식사 패턴'을 이야기합니다.

그 큰 그림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채소·과일·통곡물·콩류를 넉넉히, 붉은 고기와 가공육은 줄이고, 가당 음료와 술은 줄이며, 자기 몸에 맞는 체중을 유지하고,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이 방향은 재발을 '막아준다'고 약속하는 보험이 아니라, 위험을 조금 낮추고 심혈관질환·당뇨 같은 다른 문제까지 함께 돌보는 길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정기 추적검사와 처방받은 약을 지키는 일이 여전히 앞자리에 있습니다.

해외나 시골에 살아 책 속 재료를 구하기 어렵다면, 재료 목록을 '원칙'으로 번역해 보십시오. 특정 베리가 없으면 그 계절에 나는 과일이나 냉동 과일로, 낯선 곡물 대신 구할 수 있는 통곡물로, 견과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콩류는 렌틸·병아리콩·강낭콩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등푸른생선을 사기 어렵다면 통조림 생선이나 달걀도 단백질원이 됩니다. 냉동·통조림 식품은 열등한 선택이 아니며, 나트륨과 시럽 함량만 살펴보면 됩니다. 귀국할 때 캐리어를 채우지 않아도 되는 식단이 오래갑니다.

식단보다 앞서는 시기도 있습니다. 치료 중이거나 직후에 체중이 줄고 있다면, 제한하는 식사가 아니라 충분한 열량과 단백질이 먼저입니다. 입맛이 없고 구내염이 있거나 위·장 수술을 받은 뒤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좋은 뜻으로 책의 금지 목록을 지키다 영양 상태가 나빠져 다음 치료가 미뤄지는 일도 있습니다. 호중구가 낮은 시기에는 무엇을 더 먹느냐보다 안전하게 조리해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과 부딪히는 지점도 미리 확인해 두십시오. 자몽과 자몽주스는 일부 경구 항암제·표적치료제의 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세인트존스워트 같은 허브나 고용량 비타민·항산화 보충제도 치료와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항응고제를 드시는 분이 녹색 채소 섭취량을 갑자기 크게 바꾸는 것도 상의가 필요합니다. 새로 시작하려는 보충제와 즙·차 종류는 이름과 용량을 적어 주치의나 약사에게 그대로 보여주는 편이 가장 빠릅니다.

진료실에서는 이렇게 물어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제 상태에서 피해야 할 음식이 있는지, 체중을 유지해야 하는지 늘려야 하는지, 병원에 임상영양사 상담이 가능한지입니다. 멀리 사신다면 다음 검진 일정에 영양 상담을 함께 예약해 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식탁은 혼자만의 숙제가 아니어서, 가족이 같이 먹고 같이 걷기 시작할 때 가장 오래 유지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정리한 것으로 개인의 진단과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식단이나 보충제를 크게 바꾸기 전에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약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