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검사(NGS·차세대염기서열분석)를 받자고 했는데 '검사 실패'라는 말을 듣거나, 결과에 의미 있는 정보가 없다거나, 조직을 다시 떼자는 이야기를 들으면 맥이 빠집니다. 시간도 몇 달씩 흘러가고 병원을 오가는 일도 만만치 않지요. 이런 일이 왜 생기는지 알아 두면 지금 어디에서 막혔는지 가늠하고 다음 걸음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NGS는 종양 안에 어떤 유전자 변화가 있는지 한 번에 폭넓게 살펴보는 검사입니다. 어떤 변이가 발견되면 그에 맞는 표적치료제나 임상시험을 고려할 수 있고, 반대로 특정 변이가 '없다'는 사실도 치료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정보가 됩니다. 즉 검사의 목적은 '치료의 지도'를 그리는 것이라, 결과가 늦어질수록 답답함이 커지는 것도 당연합니다.

검사에 쓸 재료를 얻는 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종양 조직을 직접 떼어 확인하는 조직검사이고, 다른 하나는 혈액 속을 떠다니는 종양 유래 DNA(ctDNA·순환종양DNA)를 분석하는 액체생검(liquid biopsy)입니다. 액체생검은 바늘로 조직을 떼기 어려운 상황에서 피 몇 통으로 검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피만 뽑으면 다 나온다'는 뜻은 아닙니다.

액체생검이 '아무것도 안 나온다'거나 엉성한 결과로 돌아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혈액으로 흘러나오는 종양 DNA의 양은 종양의 크기·활동성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종양 부담이 적을 때, 그리고 마침 항암치료가 잘 들어 종양이 줄어드는 시기에는 혈액 속 종양 DNA가 적어져 정작 중요한 변이가 검출 한계 아래로 묻힐 수 있습니다. 영상에서 전이가 뚜렷해 보여도 혈중 DNA 양과 항상 비례하지는 않아 '이 정도면 피로도 나오겠다'는 예상이 빗나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직으로 다시 검사하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때도 조건이 있습니다. NGS는 충분한 양과 질의 종양 세포가 있어야 분석이 되는데, 병원마다 정도 차이는 있어도 대개 염색하지 않은 슬라이드(비염색 슬라이드)를 여러 장(흔히 10~20장가량) 요구하고, 그 안에 종양 세포가 일정 비율(종양 함량) 이상 들어 있어야 합니다. 작은 바늘로 얻은 조직이나 오래된 검체, 종양 세포가 적고 괴사·섬유화가 많은 조직에서는 슬라이드 장수가 모자라거나 종양 함량이 부족해 검사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조직검사를 했다'는 사실과 'NGS에 쓸 만큼 충분한 조직이 확보됐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인 셈입니다.

미리 챙겨 두면 도움이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조직을 떼는 검사를 받기 전, 그 조직을 'NGS 유전자검사에 쓰려는 것'임을 시술하는 팀에 분명히 전하고, 검사를 의뢰한 병원이 요구하는 슬라이드 장수와 종양 함량 기준을 미리 확인해 두면 헛걸음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미 다른 병원에 보관된 파라핀 블록이나 슬라이드를 활용할 수 있는지, 액체생검과 조직검사 중 지금 상황에 무엇이 더 맞는지도 주치의와 상의할 수 있습니다. 검사가 한 번에 안 되는 일이 드물지 않다는 점을 알아 두면, 실패나 재검이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검체의 특성 때문일 수 있다는 것도 조금은 받아들이기 쉬워집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검사 방법과 재검 여부, 조직 확보 계획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