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떠나보낸 뒤 서류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사망진단서에 적힌 사망 원인이 생각과 달라 당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암으로 투병했는데 정작 '직접사인' 칸에는 심장이나 폐, 감염 같은 다른 병명이 적혀 있는 식입니다. 이 글은 사망진단서가 사망 원인을 어떤 방식으로 기록하는지를 일반적인 눈높이에서 설명하기 위한 것입니다.
사망진단서의 사망 원인 칸은 보통 여러 줄로 나뉩니다. 맨 위 '가' 항목에는 숨을 거두게 한 마지막 상태, 즉 직접사인(immediate cause)이 적히고, 그 아래 '나'·'다' 항목에는 그 직접사인을 불러온 앞선 병, 즉 선행사인(antecedent cause)이 시간의 역순으로 이어집니다. 다시 말해 진단서는 '무엇이 마지막 방아쇠였나'와 '그 방아쇠를 당기게 만든 근본 병은 무엇이었나'를 나누어 적도록 되어 있습니다.
암 환자에서 직접사인이 암 그 자체가 아닌 경우는 드물지 않습니다. 암이 온몸으로 퍼지면 기력과 여러 장기의 기능이 함께 약해지고, 그 끝에서 심장(심근경색·부정맥), 폐(호흡부전·폐렴), 콩팥, 전신 감염 같은 것이 마지막 순간을 직접 앞당기는 일이 흔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진단서에는 그 마지막 사건이 '가'에 적히고, 그 바탕이 된 암은 그 아래 선행사인으로 기록됩니다. 마지막 방아쇠가 심장이나 폐로 적혔다고 해서 암이 사라지거나 무관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질병분류(ICD)는 이 사슬의 '맨 처음', 즉 모든 일을 시작하게 한 병을 '원사인(underlying cause of death)'으로 봅니다. 통계와 공중보건에서 사망 원인을 셀 때 기준이 되는 것은 대개 마지막 직접사인이 아니라 이 원사인입니다. 그래서 의학적으로는 '직접사인은 심장이었지만 원사인은 암'이라는 표현이 서로 모순되지 않습니다.
기록된 내용이 실제 경과와 달라 보이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진단서를 작성한 의료기관에 문의해 어떤 근거로 그렇게 기재했는지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필요하면 정정이나 재발급을 요청하는 절차가 있는지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서류의 표현이 각종 행정·보험 절차에서 어떻게 해석되는지는 의학의 영역을 벗어나므로, 그 부분은 해당 기관이나 전문 상담 창구에 따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낸 직후에 이런 서류 문제까지 마주하는 일은 몹시 지치는 경험입니다. 궁금한 점을 메모해 두었다가 한 번에 물어보고,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면 병원의 사회복지 상담이나 가족의 도움을 함께 청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의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환자의 진료나 개별 상황에 대한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실제 사망진단서의 내용이나 관련 절차에 관해서는 진단서를 발급한 의료진 및 담당 기관과 직접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