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이나 위, 그 밖의 복부 장기를 수술한 뒤 회복이 순조로우면 머지않아 이런 질문이 찾아옵니다. '언제부터 다시 일해도 될까요.' 특히 운전, 배달, 건설, 농사처럼 몸을 쓰는 일이라면 쉬는 기간이 곧 생계와 이어지기 때문에 마음이 더 급해집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하나의 날짜는 없습니다. 수술 범위(개복인지 복강경·로봇인지), 절개 위치와 길이, 장루 유무, 나이와 기저질환, 합병증 여부,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일을 하는가'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먼저 알아 두면 좋은 것은, 상처가 한 겹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피부는 대개 1~2주면 붙어 보이고, 요즘 많이 쓰는 피부 접착제(피부용 본드)나 흡수사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떨어지거나 녹습니다. 하지만 배 안쪽에서 실제로 힘을 버티는 층은 피부가 아니라 근막(fascia)이라는 질긴 막입니다. 근막이 원래 강도에 가깝게 회복되는 데에는 흔히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립니다. 겉이 깨끗해 보여도 속은 아직 공사 중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나오는 것이 절개부위 탈장(incisional hernia)입니다. 근막 봉합선이 충분히 아물기 전에 복압이 반복적으로 크게 올라가면, 그 선이 벌어지면서 그 틈으로 장이나 지방조직이 밀려 나와 배가 볼록해질 수 있습니다. 무거운 것을 들 때, 심하게 기침할 때, 변을 볼 때 세게 힘을 줄 때 복압이 올라갑니다. 당뇨, 비만, 흡연, 영양 부족, 수술부위감염, 만성 기침, 스테로이드 사용 등은 상처가 더디게 아물게 만드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어, 같은 수술을 받아도 사람마다 회복 속도가 다릅니다. 예전에는 '수술 후 몇 주간 몇 킬로그램 이상 들지 말라'는 식으로 일률적인 숫자를 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통증과 회복 정도를 보며 조금씩 강도를 올리는 개별화된 방식을 권하는 곳도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숫자는 인터넷이 아니라 수술한 의료진에게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운전을 다시 하는 문제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운전은 근력보다 '반응'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거나 핸들을 크게 돌릴 때 복부에 힘이 들어가는데, 그 순간 통증이 오면 반응이 반 박자 늦어질 수 있습니다. 마약성 진통제나 졸음을 유발하는 약을 먹는 동안에는 운전을 피해야 하고, 안전벨트가 상처를 누르는 느낌이 심하다면 아직 이르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시작하기 전에 세워 둔 차에서 안전벨트를 매고 앉아 보기, 짧은 거리를 낮 시간에 다녀오기처럼 단계를 나눠 시험해 보는 방법이 도움이 됩니다. 사고가 났을 때 보험 처리나 업무 규정이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직업 운전이라면 회사 규정과 보험 조건도 미리 확인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또 장시간 앉아 움직이지 않는 것은 다리 정맥에 혈전이 생길 위험과도 관련이 있으므로, 오래 운전할 때는 중간중간 내려서 걷고 물을 충분히 마시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대장·직장 수술을 받은 분에게는 배변 문제가 복직 시점을 정하는 실질적인 변수입니다. 수술 직후에는 하루에 여러 번 화장실에 가거나, 가스와 변을 구분하기 어렵거나, 갑자기 급해지는 일이 흔합니다. 시간이 지나며 대개 나아지지만 회복 속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몸이 버틸 수 있는가' 못지않게 '그 일터에 화장실이 가까운가, 중간에 자리를 비울 수 있는가, 식사 시간이 일정한가'를 함께 따져 봐야 합니다. 여벌 속옷과 물티슈를 차나 가방에 두는 것만으로도 불안이 줄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피로도 자주 과소평가되는 부분입니다. 수술 후 피로는 몇 주에서 몇 달까지 이어질 수 있고, 하루 이틀 무리한 뒤에 몰려오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예전과 같은 근무 시간으로 돌아가기보다, 가능하다면 짧은 시간이나 가벼운 업무로 시작해 서서히 늘리는 단계적 복귀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걷기를 조금씩 늘려 가는 것은 체력 회복뿐 아니라 장운동과 혈전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것이 기존에 먹던 만성질환 약입니다. 수술 후 식사량과 체중, 활동량이 달라지면 당뇨약이나 혈압약의 적정 용량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때 스스로 개수를 줄이거나 끊는 대신, 혈당·혈압을 기록해 두었다가 처방한 의료진에게 보여 주고 함께 조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저혈당이나 기립성 저혈압은 어지럼과 실신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운전이나 기계 조작을 하는 일이라면 더욱 중요합니다.

진료실에서는 이렇게 물어보면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이어집니다. 제 일은 하루에 몇 시간 앉아 있고 무엇을 얼마나 드는데, 언제부터 어느 정도까지 해도 될까요. 무거운 것을 들 때 제한이 있다면 언제까지인가요. 운전은 언제부터 가능하고, 어떤 증상이 있으면 다시 멈춰야 하나요. 배변이 지금 하루 몇 번인데 일하러 나가도 되는 상태인가요. 다음 검사와 진료는 언제이고, 그 전에 연락해야 하는 증상은 무엇인가요.

마지막으로, 회복 중이라도 바로 연락해야 하는 신호가 있습니다. 절개 부위가 갑자기 튀어나오면서 아프고 눌러도 들어가지 않을 때, 여기에 구토나 복통이 함께 올 때, 열이 나거나 상처에서 진물·고름이 나올 때, 갑작스러운 심한 복통과 함께 가스와 변이 나오지 않을 때, 한쪽 다리가 붓고 아프거나 갑자기 숨이 찰 때입니다. 이런 경우는 '조금 더 지켜보자'보다 빨리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정리한 것으로,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회복 속도와 복직 시점은 수술 방법과 개인의 상태에 따라 크게 다르므로, 실제 결정은 반드시 수술을 집도한 의료진과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