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를 처음 시작할 때 흔히 듣는 말은 '몇 주기'입니다. 수술 뒤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한 보조항암은 대개 정해진 횟수를 채우면 끝이 나고, 환자와 가족도 달력에 남은 회차를 세며 그 시간을 버팁니다. 그런데 재발 이후의 치료는 말의 문법이 달라집니다. 이때는 '몇 번으로 끝난다'보다 '어떤 상태가 될 때까지 이어 간다'가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아, 같은 질문을 드려도 1년, 2년, 2년 반처럼 서로 다른 숫자가 돌아오곤 합니다.

재발한 암에서 치료 기간이 길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치료의 목표가 조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첫 치료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암세포까지 없애는 데 무게를 둔다면, 재발 이후에는 병을 오래 눌러 두고 증상 없이 지내는 기간을 늘리는 쪽으로 중심이 옮겨 갑니다. 그래서 주사 항암을 정해진 횟수만큼 마친 뒤에도, 반응이 유지되는 동안 약을 이어 가는 유지요법(maintenance therapy)이 뒤따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유지요법에 쓰이는 약에는 먹는 표적치료제나 주사로 맞는 혈관신생 억제제 등이 있고, 약마다 임상시험에서 정해 둔 투여 기간이 다릅니다. 어떤 약은 2년, 어떤 약은 3년까지 쓰도록 설계된 연구를 근거로 삼고, 또 어떤 약은 기간을 미리 정하지 않고 병이 다시 자라거나 부작용으로 견디기 어려울 때까지 이어 갑니다. 병원마다 답이 다른 이유는 대개 어느 근거를 앞에 두느냐, 그리고 그 시점의 보험 급여 기준이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의 차이입니다. 한쪽이 틀렸다기보다 '무엇을 포함한 기간을 말한 것인가'가 서로 달랐던 경우가 흔합니다.

부인암을 비롯한 일부 암에서는 이전에 쓴 백금계 항암제를 마친 뒤 재발까지 걸린 시간, 이른바 무백금기간(platinum-free interval)을 함께 봅니다. 이 간격이 길수록 같은 계열의 약이 다시 들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 다음 치료의 선택이 달라지고, 유전자·바이오마커 검사 결과에 따라 어떤 유지요법을 권할지도 갈립니다. 즉 치료 기간은 병 이름 하나로 정해지는 숫자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치료 이력과 검사 결과 위에서 계산되는 값에 가깝습니다.

'오래 한다'는 말이 곧 '계속 힘들다'는 뜻은 아닙니다. 주사 주기가 끝나고 먹는 약으로 넘어가면 병원에 오는 간격이 넓어지기도 하고, 일상을 어느 정도 회복하는 분도 있습니다. 다만 오래 쓰는 약일수록 피로감, 빈혈, 혈구 감소, 손발 저림 같은 누적 부작용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하고, 힘들 때 스스로 끊기보다 감량이나 휴약을 의료진과 먼저 상의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서로 다른 답을 들었다면 숫자를 비교하기 전에 질문을 잘게 나눠 적어 보면 정리가 쉬워집니다. 말씀하신 기간에 주사 항암만 들어 있는지 유지요법까지 포함인지, 그 기간의 근거가 무엇인지, 중간에 효과를 확인하는 영상검사는 언제 하는지, 보험이 적용되는 기간과 그 이후의 비용은 어떻게 되는지, 어떤 상황이면 치료를 바꾸거나 쉬게 되는지를 각각 물어 두 병원의 설명을 같은 칸에 놓아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누가 맞는가'가 아니라 '내 상황에서는 무엇이 기준인가'로 대화가 옮겨 갑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정리한 것으로 개별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치료 기간과 약의 선택은 병기, 이전 치료 이력, 검사 결과, 몸 상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반드시 주치의를 비롯한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