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질문의 결이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무엇을 먹어도 되나'였다가, 시간이 지나면 '무엇을 해도 되나'로 옮겨 갑니다. 머리가 다시 자라기 시작한 자리를 거울로 보다가 염색이나 파마를 떠올리고, 환절기에는 독감 예방접종 안내 문자를 받고 잠시 손이 멈춥니다. 같은 질문을 여러 사람에게 물어봐도 '괜찮다'와 '아직은 안 된다'가 갈리니,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몇 해가 지나기도 합니다.

답이 갈리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일상적인 행위들은 대개 대규모 연구로 검증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지금 내 몸의 상태'라는 변수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항암 주사를 맞은 지 며칠째인지, 백혈구·호중구와 혈소판 수치가 회복 구간에 들어와 있는지, 두피나 피부에 방사선을 쬔 적이 있는지, 상처가 아직 아물고 있는지에 따라 같은 행동의 위험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암 환자'라는 이름 하나로는 답을 정할 수 없고, 시점과 수치를 함께 놓고 봐야 합니다.

염색과 파마는 두 가지를 나누어 생각하면 정리가 쉽습니다. 하나는 약제가 두피에 닿아 생기는 자극과 알레르기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 난 모발 자체의 약해진 상태입니다. 항암치료 뒤 다시 자란 머리카락은 굵기와 곱슬기가 예전과 다를 수 있고, 두피도 한동안 예민합니다. 그래서 치료가 끝나고 모발이 충분히 자랄 때까지 몇 개월 기다린 뒤 시작하기를 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작하더라도 좁은 부위에 미리 발라 보는 검사(패치 테스트)를 거치고, 두피에 직접 닿는 시간을 줄이는 방식을 미용사와 상의해 볼 수 있습니다. '무암모니아' 같은 표현이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으며, 파라페닐렌디아민(PPD) 같은 성분에 대한 알레르기는 제품 종류와 별개로 생길 수 있습니다. 방사선치료를 받은 피부 부위는 회복 뒤에도 자극에 약할 수 있어 따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예방접종은 조금 더 분명한 원칙이 있습니다. 백신은 크게 병원체를 죽이거나 일부 성분만 쓴 불활성화·재조합 백신(inactivated/recombinant vaccine)과, 힘을 약하게 만든 살아 있는 병원체를 쓰는 생백신(live attenuated vaccine)으로 나뉩니다. 인플루엔자 주사, 폐렴구균, 코로나19, B형간염 백신처럼 살아 있지 않은 백신은 치료 중에도 접종을 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면역이 눌려 있는 시기에는 항체가 덜 만들어질 수 있어, 주기와 주기 사이나 수치가 회복된 시점을 골라 맞도록 조정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홍역·볼거리·풍진(MMR), 수두, 일부 대상포진 백신처럼 생백신은 면역저하 상태에서 일반적으로 권하지 않습니다. 대상포진의 경우 살아 있지 않은 재조합 백신이 따로 있어 선택지가 달라질 수 있으니, '대상포진 백신'이라는 이름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어떤 종류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은 경우에는 예전에 맞았던 백신을 다시 맞는 별도의 일정이 필요합니다.

같이 사는 가족의 접종도 환자를 지키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본인이 백신을 맞기 어려운 시기라면 가족이 인플루엔자 접종을 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염색·백신 말고도 문신이나 반영구 화장, 네일 관리, 마사지, 사우나, 치과 스케일링처럼 망설이게 되는 일들이 있습니다. 이때 공통으로 살피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피부나 점막에 상처를 내는가(감염 통로가 되는가), 그리고 출혈이 생길 수 있는가(혈소판이 낮은 시기인가)입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왜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미루자고 하는지'가 조금 더 납득이 됩니다.

진료실에서 물을 때는 막연한 질문보다 시점을 붙이는 편이 답을 얻기 쉽습니다. '염색해도 되나요'보다 '다음 주기 시작 나흘 전인 금요일에 뿌리 염색을 하려는데 괜찮을까요', '독감 백신을 이번 주기 중 어느 날에 맞는 게 좋을까요'처럼 묻는 것입니다. 답을 들으면 날짜와 함께 적어 두었다가 다음 진료 때 결과를 전하면, 그다음 결정은 더 빨라집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전하기 위한 것이며 개인의 진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치료 시기와 검사 수치, 동반 질환에 따라 권고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결정은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