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 갑자기 오한이 들고 열이 오르면, 그 자체가 시간을 다투는 상황일 수 있습니다. 세포독성 항암제는 암세포만이 아니라 골수에서 만들어지는 백혈구, 그중에서도 세균을 막아 주는 호중구(neutrophil)까지 함께 줄여 놓습니다. 호중구가 바닥에 가까운 시기에 열이 나는 것을 호중구감소성 발열(febrile neutropenia)이라고 부르는데, 이때는 겉으로 보이는 증상이 가벼워 보여도 몇 시간 사이에 상태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진료지침은 원인을 다 밝히기 전이라도 혈액검사와 혈액배양을 먼저 시행하고 항생제를 이른 시간 안에 시작하도록 권고합니다. '아직은 견딜 만하다'는 느낌이 안전을 보장해 주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연락 기준은 병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흔히 한 번 재서 38.3도를 넘거나 38.0도 이상이 한 시간가량 이어질 때를 기준으로 안내합니다. 여기에 몸이 떨릴 정도의 오한, 소변량이 눈에 띄게 주는 것, 숨참, 말이 어눌해지거나 정신이 흐릿해지는 변화가 겹치면 더 서둘러야 합니다. 치료를 시작할 때 받은 안내문이나 환자 수첩에 '몇 도부터 어디로 연락'인지 적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번호를 미리 찾아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 두면, 정작 열이 오르는 새벽에 헤매지 않게 됩니다.

막상 전화를 걸면 "오셔도 해드릴 게 없다", "병상이 없다"는 답을 듣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이 말이 곧 '당신의 발열은 응급이 아니다'라는 뜻은 아닙니다. 응급실은 중증도 분류에 따라 순서를 정하고, 면역이 약한 환자에게는 다른 환자와 떨어진 자리나 격리 공간이 필요해 자리를 내주기가 더 까다롭습니다. 또 전화만으로는 환자의 상태를 확인할 수 없어 수용 여부를 확답하기 어려운 구조이기도 합니다. 상대의 대답이 매정하게 들리더라도, 그것은 대개 지금 그 공간의 사정에 대한 설명입니다.

치료받는 병원이 두세 시간 거리라면, 가까운 응급실에서 먼저 초기 처치를 받는 선택지를 함께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피를 뽑아 호중구 수치를 확인하고, 혈액배양을 채취하고, 첫 항생제를 투여하는 처치는 상급종합병원이 아니어도 가능한 곳이 적지 않습니다. 검사 결과에 따라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면, 그 병원에서 전원을 조율해 주는 편이 환자가 직접 전화를 돌리는 것보다 수월합니다. 밤에 어디가 가능한지 가늠하기 어려울 때는 119 구급상황관리센터에 전화해 응급의료 상담과 병원 안내를 받을 수 있고,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운영하는 응급의료포털(E-Gen)이나 관련 앱에서 진료 가능한 곳을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 몸을 가누기 어렵거나 의식이 처진다면 자가용·택시보다 119 신고가 안전합니다.

이런 밤은 미리 준비해 두면 훨씬 덜 막막합니다. 진단명과 병기, 지금 받는 항암 요법의 이름과 가장 최근 투여 날짜, 먹는 항암제의 복용 여부, 그 밖의 복용약과 알레르기, 최근 혈액검사 결과를 종이 한 장으로 정리해 사진으로도 찍어 두십시오. 처음 보는 의료진이 이 한 장 덕분에 판단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체온계, 진료 카드와 신분증, 마스크, 처방받아 둔 상비약, 그리고 열이 언제 몇 도였는지 적은 메모를 함께 챙기면 좋습니다. 해열제는 열을 잠시 가려 판단을 어렵게 만들 수 있으므로, 주치의가 미리 정해 준 방법이 있을 때만 그대로 사용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찬 수건으로 버티며 아침을 기다리는 것은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열이 나지 않는 평온한 낮에, 다음 외래에서 한 가지를 꼭 물어보시길 권합니다. "밤에 열이 나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그곳에 뭘 들고 가면 됩니까." 암 치료를 하는 병원 중에는 야간에도 연결되는 상담 전화나 협력 관계를 맺은 지역 병원을 안내해 주는 곳이 있습니다. 답을 미리 받아 두면, 다음에 열이 오르는 새벽에는 어디로 갈지부터 다시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에 대한 진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실제 발열의 원인과 대처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고 치료받는 병원의 안내를 우선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