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가 길어질수록 바깥 공기가 그리워집니다. 병원과 집만 오가다 보면 햇빛, 바람, 흙냄새 같은 감각이 유난히 절실해지고, 요즘은 흙길을 맨발로 걷는 '맨발걷기'나 '어싱(earthing, grounding)'을 찾는 분도 많습니다. 몸 상태가 허락하는 범위의 규칙적인 걷기는 암 치료 중·후의 피로감, 기분, 근력과 균형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으니 그 마음 자체는 충분히 좋은 방향입니다. 다만 맨발로 땅을 밟는 행위 자체에 특별한 치유력이 있다는 주장은 아직 근거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몸과 지면이 전기적으로 연결되어 염증이 줄어든다는 설명은 소규모 연구에 머물러 있어, '걷기가 주는 이로움'과 '맨발이라서 생기는 이로움'을 나눠 생각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지금 내 몸이 맨발을 견딜 수 있는 시기인가'입니다. 항암주사 뒤 대개 7~14일 무렵에는 백혈구 중 세균과 싸우는 호중구가 가장 낮아지는 시기(호중구감소, neutropenia)가 오는데, 이때는 작은 상처 하나도 전신 감염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옥살리플라틴이나 탁센 계열 약을 쓰면 손발 감각이 둔해지는 말초신경병증(peripheral neuropathy)이 생겨, 발바닥이 찔리거나 물집이 잡혀도 아픈 줄 모르고 계속 걷게 되기 쉽습니다. 혈소판이 낮으면(thrombocytopenia) 작은 충격에도 멍과 출혈이 오래가고, 골반·서혜부 림프절 수술이나 방사선치료를 받아 다리에 림프부종(lymphedema)이 있는 분은 발의 작은 상처가 봉와직염(cellulitis)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당뇨병이 함께 있거나 스테로이드를 오래 쓰는 경우도 회복이 더딥니다.
흙길 자체에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위험이 섞여 있습니다. 잔가지와 돌, 깨진 유리, 녹슨 못 같은 것들이 있고, 흙에 남아 있는 균이 상처로 들어가면 파상풍(tetanus)이나 연조직 감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젖은 흙과 공동 세족장은 무좀 같은 진균감염과 사마귀가 옮기 쉬운 환경이기도 합니다. 여름에는 여기에 한낮 자외선과 열, 탈수가 겹칩니다. 항암제나 방사선치료 뒤에는 피부가 햇빛에 더 예민해지는 경우도 있어, 세 시간을 내리 머무는 일정은 몸에 생각보다 큰 부담이 됩니다.
그래서 이렇게 해보실 수 있습니다. 첫째, 다음 진료 때 '지금 시기에 맨발로 흙길을 걸어도 괜찮은지, 피해야 하는 날짜 구간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물어보세요. 주사 일정과 혈액검사 수치를 아는 의료진만이 답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둘째, 감각이 둔해졌다면 맨발 대신 밑창이 있는 신발이나 아쿠아슈즈를 신으세요. 걷기의 이로움은 신발을 신어도 거의 그대로 남습니다. 셋째, 처음에는 20~30분 정도로 짧게,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무렵에, 물을 챙겨 다녀오세요. 넷째, 다녀온 뒤에는 발을 비누로 씻고 발가락 사이까지 완전히 말린 다음, 밝은 곳에서 발바닥과 발톱 주변에 상처·물집·붉은 기가 없는지 눈으로 확인하세요. 감각이 둔한 분일수록 이 '눈으로 보는 점검'이 통증을 대신합니다. 다섯째, 상처가 생겼다면 흐르는 물로 씻고 덮은 뒤 진료팀에 알리고, 38도 이상의 열이나 오한, 상처 주변이 빠르게 붉고 부어오르는 변화가 있으면 다음 진료를 기다리지 말고 응급실로 가세요. 마지막 파상풍 예방접종이 언제였는지도 미리 확인해 두면 좋습니다.
요즘은 커뮤니티에서 같은 병을 겪는 분끼리 차를 태워 드리거나 함께 걷자고 손 내미는 일도 자주 보입니다. 그 마음은 회복기에 큰 힘이 되지만, 몇 가지는 미리 정해 두는 편이 서로 편합니다. 태워 드리는 쪽은 자신의 컨디션이 나쁜 날에는 미안해하지 말고 취소할 수 있어야 하고, 함께 가는 쪽도 그날의 열·설사·어지럼 같은 증상을 솔직히 알리는 편이 좋습니다. 호중구가 낮은 시기라면 차 안처럼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창을 조금 열어 두세요. 이동 중 화장실이 급해질 수 있는 분, 장루나 배액관을 가진 분은 미리 휴게 지점을 정해 두면 마음이 놓입니다. 처음 만나는 사이라면 공개된 장소에서 만나고, 가족에게 행선지와 동행자를 알려 두고, 개인 연락처나 주소는 서두르지 않고 나누셔도 됩니다. 응급상황에 대비해 복용 중인 약 목록과 진료 중인 병원, 보호자 연락처를 적은 쪽지를 지갑에 넣어 두는 것도 좋은 준비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정리한 것으로 개인의 진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지금 받고 있는 치료의 종류와 시기, 혈액검사 수치, 발과 다리의 상태에 따라 권고는 사람마다 달라지므로,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주치의나 담당 간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