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주사를 처음 맞고 일주일에서 보름 사이에 열이 오르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항암제는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를 겨냥하기 때문에 골수에서 백혈구를 만드는 과정도 함께 눌립니다. 그래서 주사 후 대략 7~14일 무렵 백혈구, 특히 세균과 싸우는 호중구(neutrophil) 수치가 가장 낮아지는 시기가 찾아오는데, 이를 '최저점(nadir)'이라고 부릅니다. 이 시기에는 평소라면 몸이 조용히 처리했을 작은 감염도 열이라는 형태로 크게 드러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발열성 호중구감소증(febrile neutropenia)'입니다. 호중구가 크게 줄어든 상태에서 열이 나는 상황을 가리키며, 암 치료 과정에서 시간을 다투는 응급 상황의 하나로 다뤄집니다. 많은 진료 현장에서 겨드랑이나 귀가 아닌 방식으로 잰 체온이 38.3도를 한 번 넘거나, 38.0도 이상이 한 시간가량 이어지면 연락하도록 안내합니다. 정확한 기준과 연락처는 치료를 받는 곳마다 조금씩 다르므로, 자신이 받은 안내문에 적힌 숫자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좋습니다.

해열제를 먹고 열이 떨어졌다고 해서 원인이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해열제는 체온을 조절하는 뇌의 설정값을 잠시 낮추어 숫자를 내려줄 뿐, 몸 안에서 벌어지는 감염 자체를 없애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열이라는 신호를 가려 버려서, 상태가 나빠지고 있는데도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응급실에서 해열제와 항생제를 맞고 돌아온 뒤 이틀 동안 다시 38~39도가 반복된다면, 그것은 '치료가 끝났는데 재발한 것'이 아니라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뜻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경우 집에서 지켜보기보다 다시 연락해 상태를 알리는 편이 안전합니다.

열이 되풀이되는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닙니다. 처음 쓴 항생제가 실제 원인균에 잘 듣지 않았을 수 있고, 혈액 배양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약을 조정할 근거가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감염 자리가 폐나 요로가 아니라 항암 주사를 넣는 케모포트나 중심정맥관 주변일 수도 있고, 구내염이나 항문 주변의 작은 상처가 입구가 되기도 합니다. 감염이 아닌 원인, 예컨대 약물에 대한 반응이나 종양 자체와 관련된 열도 있지만, 이는 감염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한 뒤에 의료진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쓸모 있는 일은 '기록'입니다. 열이 오른 시각과 체온, 어디서 어떻게 쟀는지, 해열제를 몇 시에 얼마나 먹었는지, 그 뒤 몇 시간 만에 다시 올랐는지를 적어 두면 진료실에서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정확하게 전달됩니다. 해열제를 먹을 때는 종류와 하루 최대 용량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종합감기약에 같은 성분이 겹쳐 들어 있어 자신도 모르게 용량을 넘기기 쉽고, 소염진통제 계열은 혈소판이 낮거나 콩팥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부담이 될 수 있어 임의로 고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얼음찜질처럼 몸을 식히는 방법은 잠시 편안함을 줄 수 있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오한이 들어 몸이 떨릴 때 억지로 차갑게 하면 떨림이 심해지고, 떨림 자체가 열을 더 올리기도 합니다. 오한과 떨림은 균이 혈액으로 퍼지는 상황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신호이므로, 이불을 덮어 편안하게 해 드리면서 곧바로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순서입니다.

다음과 같은 변화가 있으면 열의 높낮이와 상관없이 지체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심한 오한과 떨림, 어지럽거나 일어설 때 눈앞이 캄캄해지는 느낌, 맥이 유난히 빠르게 뛰는 느낌, 숨이 차거나 가슴이 답답함, 소변량이 눈에 띄게 줄어듦, 말이 어눌해지거나 축 처져 반응이 둔해짐, 포트나 주사 부위가 붉게 붓고 아픔, 구토나 설사로 물조차 삼키기 어려움 등입니다. 반대로 체온이 정상이더라도 호중구가 매우 낮은 상태에서는 감염이 열 없이 진행되기도 하므로, '열만 없으면 괜찮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시 병원을 찾을 때는 항암 주사를 맞은 날짜와 사용한 약 이름, 지난 두 번의 응급실 방문에서 받은 처치와 검사 결과, 집에서 적은 열 기록, 현재 먹고 있는 약을 함께 챙기면 도움이 됩니다. 특히 앞서 시행한 혈액 배양 결과가 나왔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해 볼 수 있고, 앞으로의 주기에서 백혈구를 올리는 촉진제 사용이나 용량 조절이 필요한지, 열이 났을 때 집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경구 항생제를 미리 받아 둘 수 있는지도 담당 의료진과 미리 정리해 두면 다음 주기가 한결 덜 불안해집니다.

보호자 스스로를 돌보는 일도 치료의 일부입니다. 밤새 체온을 재고 응급실을 오가는 날이 이어지면 판단력이 흐려지기 쉽습니다. 가능하면 교대로 지켜볼 사람을 정해 두고, 병원 연락처와 야간·주말 연결 방법을 눈에 잘 띄는 곳에 적어 두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진료나 진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열이 반복되는 상황은 사람마다 원인과 위험도가 다르므로, 실제 대처는 반드시 치료를 받고 있는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