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를 마치고 시간이 흐르면 어느 날 문득 예전에 즐기던 바깥 활동이 떠오릅니다. 낚시, 등산, 텃밭 가꾸기, 자전거처럼 몸을 움직이며 바깥 공기를 쐬는 일은 회복기의 체력과 기분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마음이 다시 생겼다는 것 자체가 몸과 마음이 회복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다만 치료를 겪은 몸은 예전과 조건이 조금 달라져 있을 수 있어, 즐거움을 지키기 위해 몇 가지를 미리 정리해 두면 좋습니다.
가장 먼저 살필 것은 '지금이 어떤 시기인가'입니다. 항암치료를 받는 중이라면 주사 후 며칠에서 열흘 사이에 백혈구(특히 호중구, neutrophil)가 가장 낮아지는 시기가 찾아옵니다. 이때는 작은 상처에도 감염이 쉽게 자리 잡을 수 있어, 장시간 야외 활동이나 손을 다치기 쉬운 작업은 미루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신의 수치가 언제쯤 낮아지는지, 어느 정도 활동이 무리가 없는지는 담당 의료진에게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치료가 끝나고 몇 년이 지났다면 이런 제약은 대체로 줄어들지만, 간질환이나 당뇨, 면역억제제 복용 같은 다른 조건이 있다면 여전히 따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과 상처의 조합은 특별히 주의할 부분입니다. 바닷물이나 민물, 생선·조개를 손질하는 과정에서 생긴 작은 상처로 세균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특히 만성 간질환이 있거나 면역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비브리오 불니피쿠스(Vibrio vulnificus)처럼 드물지만 빠르게 진행하는 감염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상처가 있을 때는 물에 손을 담그지 않기, 방수 밴드와 장갑 사용하기, 활동 후 비누로 손 씻기 같은 기본이 실제로 큰 몫을 합니다. 물에 닿았던 부위가 붉게 부어오르고 통증이 빠르게 심해지거나 열이 난다면, 다음 진료를 기다리지 말고 바로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낚싯바늘이나 녹슨 도구에 찔릴 수 있으니 파상풍(tetanus) 예방접종을 마지막으로 언제 했는지도 한 번 확인해 두면 든든합니다.
햇빛도 예전과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일부 항암제와 표적치료제는 피부의 광과민성(photosensitivity)을 높여 짧은 노출에도 쉽게 붉어지게 만들 수 있고, 방사선치료를 받은 피부는 치료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자극에 약합니다. 챙 넓은 모자, 얇고 통풍이 되는 긴팔, 자외선차단제를 함께 쓰고, 방사선을 받았던 부위는 특히 옷으로 가려 주는 편이 낫습니다. 더위 자체도 부담이 될 수 있어 한낮보다는 이른 아침이나 해질 무렵을 택하고, 그늘에서 쉬는 시간과 마실 물을 넉넉히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발밑도 살펴야 합니다. 일부 항암제 이후 남는 말초신경병증(peripheral neuropathy)으로 발바닥 감각이 무뎌져 있으면, 젖은 바위나 이끼, 울퉁불퉁한 길에서 균형을 잃기 쉽습니다. 미끄럼 방지 밑창이 있는 신발을 신고, 물가에서는 구명조끼를 갖추며, 가능하면 혼자보다 누군가와 함께 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수술이나 림프절 절제 이후 팔이나 다리에 부종이 있는 쪽이 있다면 무거운 장비를 그쪽으로 오래 들거나 반복해서 당기는 동작을 조금씩 늘려 가고, 벌레 물림과 긁힌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덮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이나 활동을 아예 피하기보다 강도를 천천히 올리는 쪽이 대체로 권장됩니다.
잡아 온 것을 어떻게 할지도 미리 정해 두면 좋습니다. 치료 중이거나 면역이 낮은 시기에는 회처럼 익히지 않은 어패류는 피하고 충분히 익혀 먹는 것이 안전합니다. 나눠 드시는 것도 훌륭한 선택이고, 사진 한 장만 남기고 이웃과 나누는 방식으로 즐거움을 이어 가는 분들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기록이나 성과보다 '다시 나갈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회복의 의미 있는 이정표입니다. 처음에는 짧게, 가까운 곳에서, 짐을 가볍게 시작해 몸의 반응을 보며 늘려 가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개인의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어떤 활동을 언제부터 어느 정도로 해도 좋은지는 진단과 치료 단계, 현재 몸 상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