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수술 가운데 장(腸)과 간(肝)을 함께 다루는 큰 수술이나, 폐 기능이 떨어져 있고 당뇨·고혈압·만성폐쇄성폐질환(COPD,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같은 지병을 안고 받는 수술은, 끝난 뒤 곧바로 일반 병실이 아니라 중환자실(ICU, intensive care unit)에서 상태를 지켜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상황이 나빠졌다는 뜻이라기보다, 수술 직후의 고비를 가장 가까이에서 살피기 위한 '예정된 자리'인 때가 많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ventilator)를 달고 계시는 모습은 보호자에게 가장 무섭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수술 시간이 길었거나 폐 기능에 여유가 적을 때는, 스스로 편히 숨 쉴 힘이 온전히 돌아올 때까지 기계가 호흡을 '대신'이 아니라 '거들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함께 쓰는 '재우는 약'(진정제, sedative)은 관을 견디는 불편과 통증, 긴장을 덜어 몸이 쉬도록 돕는 약입니다. 재워 둔다는 것이 병으로 의식을 잃었다는 뜻은 아니며, 약을 줄였을 때 눈을 뜨고 고개를 끄덕이신다면 그 자체가 반가운 신호입니다.

혈압을 끌어올리는 약(승압제, vasopressor)을 계속 맞으실 때, 손끝이나 발끝의 색이 어둡게 변하기도 합니다. 이 약은 중요한 장기로 피를 모아 보내기 위해 몸 가장자리의 혈관을 좁히는데, 그 과정에서 손발로 가는 피가 줄어 색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의료진은 이런 변화를 지켜보며 약의 용량을 세밀하게 조절합니다.

간 수술 뒤 출혈이 의심되어 다시 수술방으로 들어가는 일(재수술)도, 드물지 않은 합병증에 대한 '정해진 대응'입니다. 간은 피가 많이 지나는 장기라 수술 뒤 출혈 위험을 늘 염두에 두며, 의심될 때 서둘러 지혈에 나서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예상 안에 있는 조치입니다.

중환자실의 회복은 하루아침이 아니라 아주 작은 걸음으로 나아갑니다. 오늘 좋았다가 내일 주춤하는 오르내림이 흔하고, 지병이 많을수록 그 속도가 더딜 수 있습니다. '살자고 한 수술인데'라는 두려움이 밀려올 때는, 회진 때 의료진에게 '오늘의 목표는 무엇인지, 어떤 수치를 보고 계신지, 걱정해야 할 신호는 무엇인지'를 하나씩 물어보시면 막연한 공포가 조금씩 또렷한 정보로 바뀝니다. 그리고 보호자 자신도 끼니와 잠을 챙겨야 긴 곁을 지킬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전할 뿐, 개별 환자의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환자의 상태와 치료 방향에 관한 판단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