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늘 먹던 음식 맛이 예전과 다르게 느껴지는 일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익숙하던 집밥이 밍밍하거나 쇳내가 나고, 단맛이 지나치게 강하게 느껴지거나 반대로 아무 맛도 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몇 술 뜨다 마는 날이 이어지고, 시원한 과일만 겨우 넘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변화를 의학에서는 '미각 변화(taste change, dysgeusia)'라고 부릅니다.

미각이 달라지는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닙니다. 항암제(chemotherapy)는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에 영향을 주는데, 맛을 느끼는 혀의 미뢰(taste buds) 세포와 침을 만드는 침샘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입안이 마르면 맛 성분이 잘 퍼지지 않아 맛이 둔해지고, 후각이 함께 무뎌지면 풍미도 사라진 듯 느껴집니다. 어떤 약은 입안에 쇠 맛이나 쓴맛을 남기기도 하고, 입안 점막이 헐거나(구내염) 아연 같은 영양소가 부족해도 미각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수박이나 자두처럼 차갑고 물기 많은 과일이 유독 당기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차가운 음식은 냄새가 덜 나서 후각의 부담을 줄이고, 새콤달콤한 맛은 둔해진 미각을 비교적 잘 자극하며, 수분이 많아 마른 입안을 편하게 해 줍니다. 그러니 지금 과일만 넘어가는 것은 몸이 이상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반응에 가깝습니다.

입맛을 조금이라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방법들이 있습니다. 식사 전후로 물이나 옅은 소금물로 입을 자주 헹구고, 뜨거운 음식보다 미지근하거나 차게 식힌 음식을 시도해 보세요. 쇳내가 강할 때는 금속 수저 대신 플라스틱 수저를 쓰거나 신맛(레몬·유자 등)을 살짝 더하면 나아지기도 합니다.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 소량씩 자주 나눠 먹고, 부드러운 죽·수프·달걀·두부처럼 넘기기 쉬운 단백질을 곁들이면 과일만으로 부족한 열량과 영양을 조금씩 채울 수 있습니다. 양치와 가글로 입안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미각 변화는 대개 치료가 끝나고 몇 주에서 몇 달에 걸쳐 서서히 회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며칠째 거의 아무것도 넘기지 못하거나, 체중이 빠르게 줄고, 입안이 심하게 헐어 삼키기 어렵거나, 소변이 확 줄고 어지러운 탈수 신호가 있다면 미루지 말고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필요하면 영양 상담이나 구내염·부족한 영양소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과 식사·영양에 대한 판단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