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치료를 받다 보면 어느 주기부터는 입맛이 뚝 떨어지고, 목이 붓거나 헐어 삼키기가 힘들며, 온몸에 기운이 빠지는 시기가 찾아옵니다. 이럴 때 '영양 수액 한 병 맞으면 기력이 좀 돌아오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는 분이 많습니다. 수액이 도움이 되는 상황은 분명 있지만, 수액이 곧 '한 끼 식사'를 대신하는 만능 보충은 아니라는 점을 먼저 이해해 두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흔히 맞는 수액은 크게 몇 가지로 나뉩니다. 생리식염수나 포도당(dextrose) 수액은 주로 수분과 전해질을 채우고 잠깐의 열량을 보태 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미노산(amino acid) 수액은 우리 몸이 근육과 조직을 유지하는 데 쓰는 단백질의 재료를 공급합니다. 다만 이런 수액 한두 병에 담긴 열량과 영양은 하루에 필요한 양에 견주면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잘 먹지 못하는 며칠을 '버티게' 돕는 보조 수단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의료진은 장(腸)이 제 기능을 한다면 되도록 입으로 먹는 쪽을 먼저 권합니다. 씹고 삼켜 소화하는 과정은 수액보다 더 고르게 영양을 전달하고, 장 기능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입으로 도저히 먹기 어려운 상태가 길어질 때,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정맥 영양(수액)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입니다.

지병이 있거나 매일 챙겨 먹는 약이 있을 때 수액 처방을 더 신중히 따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수액은 단순히 '영양'만이 아니라 몸에 들어가는 수분과 염분, 여러 성분의 양을 함께 바꿉니다. 그래서 심장이나 콩팥 기능,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수분량, 간 기능, 그리고 함께 앓는 병과 복용 중인 약을 두루 살펴 종류와 속도를 정합니다. 뇌경색 이후 혈전을 막는 약이나 고지혈증 약처럼 오래 복용하는 약이 있다면, 담당 의료진이 전체 그림을 보고 특정 수액을 미루거나 조정할 수 있습니다. '왜 나에게는 지금 이 수액을 권하지 않는지'를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막연한 불안 대신 이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수액을 기다리는 사이에도 기력과 입맛을 돕는 방법은 있습니다. 한 번에 많이 먹기 어렵다면 조금씩 자주, 부드럽고 단백질이 든 음식(달걀, 두부, 죽에 곁들인 살코기 등)을 나눠 먹는 편이 낫습니다. 목이 붓고 헐어 삼키기 아플 때는 구내염·점막염(mucositis)일 수 있으니 담당 의료진에게 꼭 알리세요. 통증을 줄이는 가글이나 연고, 식사 방법 조정으로 훨씬 편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물조차 삼키기 힘들 만큼 목이 아프거나, 소변이 확 줄고 어지럽고 입이 바짝 마르는 등 탈수가 의심될 때, 열이 나거나 증상이 빠르게 나빠질 때는 다음 진료를 기다리지 말고 바로 의료진에게 연락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개별 환자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수액을 포함한 어떤 처치든 본인의 상태와 복용 중인 약을 가장 잘 아는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