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동네 사람들과 둘러앉아 고기를 나누는 자리, 다들 잔을 채우는데 나만 물잔을 든 채 '술은 구경만' 하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암 치료를 받는 중이거나 마친 뒤라면 이런 자리가 조금 어색하고, 한편으론 '한 잔쯤은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 글은 술과 암 치료의 관계를 담담히 정리해, 모임 자리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려는 것입니다.

먼저 알아둘 것은, 알코올 자체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1군 발암요인으로 분류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몸에서 술이 분해될 때 생기는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라는 물질이 세포와 유전자에 부담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치료를 마친 뒤에도 음주를 줄이는 편이 몸 회복과 재발 위험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집니다.

치료를 받는 동안에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는 간과 소화기, 입안 점막에 이미 부담을 주는데, 여기에 술이 더해지면 메스꺼움과 탈수, 입안 헐음(구내염, mucositis)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또 일부 약은 알코올과 함께하면 효과나 부작용이 달라질 수 있어 스스로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간에 병이 있거나 혈액 수치(백혈구·혈소판)가 낮은 시기라면 더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무조건 한 방울도 안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치료 단계와 몸 상태에 따라 다르므로, '나에게는 어느 정도가 괜찮은지'를 담당 의료진과 미리 상의해 두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술자리에서 나를 지키는 작은 방법도 있습니다. 무알코올 음료나 따뜻한 차, 탄산수를 미리 손에 들고 있으면 권하는 잔을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습니다. "요즘 약 때문에 쉬고 있어요"라고 짧게 말해두면 대개는 더 권하지 않습니다. 자리의 진짜 목적은 술이 아니라 함께 있는 시간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잔을 들지 않아도 그 자리를 충분히 누릴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개인의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음주 여부와 정도는 몸 상태와 치료 내용에 따라 다르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