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나 완화의료 병동에서 지내다 보면, 의료진이 어느 날 문득 "이제 큰 약속은 잡지 마시고 곁을 지켜 주시는 게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는 순간이 옵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가족은 곧바로 "그럼 이제 며칠 남지 않은 걸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내려앉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정확히 며칠'을 알려 주는 예고가 아니라, 환자의 상태가 '주 단위'에서 '일 단위'로 넘어가는 흐름을 함께 준비하자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임종이 가까워질수록 남은 시간을 숫자로 예측하는 일은 오히려 더 어려워집니다. 의료진은 하루 대부분을 잠으로 보내는지, 먹고 마시는 양이 줄었는지, 의식이 흐려지는지, 호흡의 리듬이 달라지는지 같은 여러 변화를 종합해 대략의 흐름을 읽습니다. 이런 신호들이 겹쳐 나타나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을 수 있다'고 판단하지만, 그것이 곧 '며칠'이라는 정확한 시한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분은 며칠, 어떤 분은 몇 주가 걸리기도 합니다.
가족이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은 '어제까지 걸으셨는데'처럼 좋은 날과 나쁜 날이 오가는 모습입니다. 마지막 시기의 몸은 직선으로 나빠지지 않고, 좋아졌다 처지기를 반복하며 전체적으로 기력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역을 줄이는 약이나 진통제처럼 편안함을 돕는 약을 쓴 날 유독 하루 종일 주무시는 것도, 몸이 그만큼 쉼을 필요로 한다는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의 컨디션만으로 남은 시간을 가늠하기는 어렵습니다.
의료진이 '곁에 있어 달라'고 권하는 이유는, 정확한 날짜를 알기 때문이 아니라 언제 변화가 와도 가족이 함께 있을 수 있도록 미리 여유를 두려는 배려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마음속에 담아 둔 질문을 의료진에게 직접 여쭤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지금은 주 단위인가요, 일 단위인가요", "지금 어떤 변화를 지켜봐야 하나요", "밤에 급한 변화가 생기면 어떻게 연락하나요" 같은 물음은 막연한 불안을 구체적인 준비로 바꿔 줍니다.
남은 시간을 정확히 셀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지금 이 시간을 소중히 쓰라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의식이 흐려져도 청각과 촉각은 마지막까지 남는다고 알려져 있으니, 손을 잡고 이름을 부르며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돌봄이 됩니다. 자신을 돌보는 일도 잊지 마세요. 교대로 쉬고, 끼니를 챙기고, 힘든 마음은 호스피스의 사회복지사나 상담 인력과 나누는 것이 긴 곁지킴을 버티는 힘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상태 판단이나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남은 시간에 대한 예측이나 증상 변화에 대해서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