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겪는 동안 통증은 단순히 '몸이 아픈 일'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며칠씩 잦아들지 않는 통증은 잠을 빼앗고, 식욕을 떨어뜨리고, 하루 종일 몸을 긴장하게 만들어 결국 마음까지 지치게 합니다. 평소 밝고 씩씩하던 사람이 사소한 일에 눈물이 나거나, 예민해지고, '내 성격이 변한 것 같다'고 느끼는 것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조절되지 않는 통증이 감정과 정신에 실제로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의학에서는 통증을 몸의 신호로만 보지 않고, 신체·정서·사회·영적 측면이 얽힌 '총체적 고통(total pain)'으로 이해합니다. 통증이 오래되면 불안과 우울, 짜증이 함께 커지고, 이런 감정은 다시 뇌가 통증을 더 강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악순환을 부릅니다. 즉 마음이 힘들수록 같은 자극도 더 아프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통증을 잘 다스리려면 몸에 쓰는 약뿐 아니라 마음을 돌보는 일도 함께 필요합니다.
통증이 집에서 잘 잡히지 않을 때 의료진이 제시하는 선택은 대개 몇 가지로 나뉩니다. 붙이는 진통 패치나 먹는 약의 용량을 조정하기도 하고, 갑자기 심해지는 '돌발통'에 대비한 구제약을 함께 쓰기도 하며, 집에서 조절이 어려우면 입원해 주사로 더 세밀하게 맞추기도 합니다. 진통제 용량을 올리는 것은 대개 '중독'이나 '내성'의 문제라기보다, 통증의 세기에 맞춰 약을 조절해 가는 정상적인 과정입니다. 다만 어떤 방법이 맞는지는 통증의 원인과 몸 상태에 따라 다르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정해야 합니다.
이때 '정신과 상담을 받아도 될까' 하는 고민은 약함의 표시가 아닙니다.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 상담, 완화의료팀의 도움은 통증 치료의 어엿한 한 부분입니다. 잠을 자게 돕고, 불안을 낮추고, 우울감을 다루면 통증 자체도 한결 견디기 쉬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필요하다면 통증 조절을 전문으로 하는 완화의료 진료를 함께 받는 것도 방법입니다.
스스로를 돌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있습니다. 통증이 언제, 어느 부위에, 얼마나 심하게 오는지 간단히 적어 두면 진료 때 약을 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통증이 '가슴이 찢어지듯' 심하거나, 숨쉬기 힘들거나, 열이 동반되거나, 평소와 전혀 다른 새로운 통증이 갑자기 나타난다면 참지 말고 응급실이나 담당 병원에 연락해야 합니다. 그리고 혼자 견디려 하기보다 가족이나 같은 경험을 나누는 사람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것도 회복의 중요한 힘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진료나 전문적인 의학적 판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통증이나 마음의 어려움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