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몸이 힘든 것은 흔한 일이지만, '고열'과 '수혈을 권한다'는 말이 같은 시기에 겹쳐 오면 가족은 크게 놀라게 됩니다. 특히 먹는 항암제와 주사 항암제를 함께 쓰는 경우, 치료를 시작하고 일주일에서 열흘쯤 지났을 때 갑자기 몸 상태가 무너지는 듯한 흐름을 겪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의 상당 부분은 항암제가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에 작용한다는 특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항암제는 암세포뿐 아니라 골수(bone marrow)처럼 세포가 활발히 만들어지는 조직에도 영향을 줍니다. 골수는 백혈구·적혈구·혈소판을 만드는 공장인데, 항암제가 이 기능을 일시적으로 눌러 놓는 것을 골수억제(myelosuppression)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치료 주기 중 어느 시점에는 혈구 수치가 가장 낮아지는 구간이 찾아오며, 이를 최저점(nadir)이라고 합니다. 약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투약 후 7~14일 사이에 오는 경우가 많아, '일주일쯤 지나 갑자기 열이 났다'는 경험과 시기가 겹치곤 합니다.
백혈구, 특히 감염과 싸우는 호중구(neutrophil)가 줄어든 상태에서 열이 나는 것을 발열성 호중구감소증(febrile neutropenia)이라 하며, 이는 응급 상황으로 봅니다. 몸의 방어력이 약해진 때라 작은 감염도 빠르게 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38도 이상의 열, 오한, 갑작스러운 컨디션 저하'가 나타나면 다음 예약을 기다리지 말고 곧바로 치료받는 병원이나 응급실에 연락하라는 안내를 받는 것입니다. 한 병원은 서둘러 진료를 당기라 하고 다른 곳은 별말이 없어 혼란스러울 수 있는데, 이럴 때는 지금 열이 나는 상황 자체를 가장 급한 신호로 다루는 편이 안전합니다.
적혈구가 줄면 빈혈(anemia)이 생겨 어지럼증, 숨참, 심한 피로가 나타나고, 수치가 많이 떨어지면 수혈(transfusion)을 권하기도 합니다. 수혈은 부족한 적혈구를 채워 증상을 덜어 주는 방법이지만, 잘 먹지 못해 생긴 영양 문제까지 대신 해결해 주지는 못합니다. 링거(수액)나 수혈이 '먹는 것'을 완전히 대신한다고 여기기 쉬우나, 수액은 주로 수분과 전해질을, 수혈은 적혈구를 보충할 뿐 회복에 필요한 단백질과 열량을 충분히 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의료진은 가능하면 조금씩이라도 입으로 드시는 것을 함께 권합니다.
가족으로서는 환자가 왜 이렇게까지 안 드시는지 답답할 수 있습니다. 입안이 헐거나 속이 쓰려서, 메스꺼워서, 혹은 기운이 없어 삼키는 것조차 벅차서일 수 있습니다. 억지로 많이 권하기보다, 부드럽고 조금씩 자주 드릴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증상(속쓰림·구내염·구역)이 심하면 그 증상을 조절하는 약을 함께 상의하는 편이 실제 섭취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열·수혈·식사 저하가 겹칠 때는 다음 진료를 앞당기는 것을 주저하지 마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실제 증상과 치료 방향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열이 나거나 상태가 갑자기 나빠질 때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