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를 여러 차례 받고 나면 피부는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항암제는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를 겨냥하는데, 피부 표면의 각질세포와 피지·땀을 만드는 분비샘도 함께 영향을 받아 피부의 수분을 지키는 '장벽 기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피부가 쉽게 건조해지고, 작은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눈에 띄는 발진 없이도 가려움(소양증, pruritus)이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가려움이 유독 밤에 심해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밤이 되면 체온과 혈류의 리듬이 바뀌면서 피부 표면 온도가 오르고, 낮 동안 우리를 다른 데로 돌려 주던 활동과 자극이 사라져 감각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여기에 여름철 높은 습도와 땀이 더해지면 땀 속 염분이 마르면서 피부를 자극하고, 옷과 이불에 살이 닿아 축축하고 답답한 느낌이 가려움을 부추깁니다. 치료 뒤 더위와 추위에 더 민감해졌다고 느끼는 것도 자율신경과 피부 감각의 변화와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집에서 해 볼 수 있는 관리의 핵심은 '피부를 촉촉하고 시원하게, 자극은 적게'입니다. 미지근한 물로 짧게 씻고 뜨거운 물은 피하며, 씻은 뒤 3분 안에 향이 강하지 않은 보습제를 충분히 바르면 수분이 달아나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잠자리는 통풍이 잘 되게 하고, 면처럼 부드러우면서 땀을 흡수하는 옷과 침구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실내 습도가 너무 높으면 제습기나 에어컨의 제습 기능으로 눅눅함을 덜고, 손톱을 짧게 다듬어 무의식적으로 긁다가 상처가 나는 것을 막습니다. 가려운 부위를 벅벅 긁는 대신 시원한 물수건으로 잠시 눌러 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다만 모든 가려움을 혼자 참고 넘겨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잠을 계속 설칠 만큼 괴롭거나, 붉은 발진·물집·진물이 함께 있거나, 온몸이 노랗게 보이고(황달) 소변 색이 진해지는 변화, 열이 동반될 때는 단순한 건조가 아닐 수 있으므로 진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실제로 보습만으로 조절되지 않는 소양증에는 의료진이 상황에 맞춰 국소 도포제나 항히스타민제(antihistamine) 등을 검토하기도 합니다. '따로 처방까지 받아야 하나' 망설여진다면, 다음 외래 때 언제부터 어떤 상황에서 가려운지, 잠을 얼마나 방해받는지 구체적으로 메모해 전하면 판단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개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의 원인과 대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 실제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