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를 받는 동안 갑자기 머리가 핑 돌거나 어질어질한 느낌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지럽다'는 한 단어 안에는 서로 다른 상황이 섞여 있습니다. 주변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회전감(현훈, vertigo)과, 눈앞이 아득해지며 곧 쓰러질 것 같은 '아찔함'(전실신, presyncope)은 원인과 대처가 다릅니다. 스스로 어떤 느낌인지 구분해 두면 진료 때 상황을 설명하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치료기에 흔한 어지럼의 배경으로는 먼저 수분과 영양 부족이 있습니다. 입맛이 없어 며칠 제대로 먹지 못하면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이 생기고, 앉았다 일어설 때 혈압이 뚝 떨어지는 기립성 저혈압(orthostatic hypotension)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항암치료로 인한 빈혈(anemia), 일부 약물(진통제·항구토제·혈압약)의 영향, 그리고 혈당 변동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한 번 잰 혈당이 정상 범위였다 해도 재는 시점과 식사 여부에 따라 값이 달라지므로, 그 하나만으로 다른 원인을 모두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다음과 같은 신호가 함께 나타나면 혼자 참지 말고 응급실 이용이나 119 연락을 고려해야 합니다: 실제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 경우, 가슴 통증이나 심한 두근거림, 말이 어눌해지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 심한 두통, 고열, 검은 변이나 피가 섞인 구토처럼 출혈이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이런 증상이 없더라도 어지럼이 반복되거나 점점 심해진다면 다음 외래를 앞당겨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호자 없이 혼자 먼 길을 가야 하는 날이라면 몇 가지 준비가 도움이 됩니다. 출발 전 소량이라도 물과 간단한 음식을 챙겨 두고, 갑자기 일어서지 말고 침대에 걸터앉아 잠시 있다가 천천히 움직이세요. 이동 중에 어지러우면 즉시 벽이나 손잡이를 붙잡고 그 자리에 앉거나 쭈그려 앉아 낙상을 피합니다. 복용 약 목록과 진단명을 적은 메모, 비상연락처를 지니고, 역무원이나 병원 직원에게 몸 상태를 미리 알려 도움을 청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무엇보다 '내일 외래가 있으니 오늘은 참아야 한다'고 혼자 결정하기보다, 증상이 심하면 병원 대표번호나 담당 간호사실에 전화해 오늘 밤을 어떻게 보낼지 물어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특정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어지럼의 원인과 대처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