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담배 피우세요?"라는 질문을 처음 들으면, 특히 평생 담배 근처에도 가지 않았던 사람일수록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마치 병의 원인이 나에게 있다고 지적받는 것 같아 억울함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질문은 잘잘못을 따지려는 것이 아니라, 폐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 필요한 기본 정보를 모으는 절차입니다. 흡연력은 진단의 실마리를 좁히는 여러 단서 중 하나일 뿐이며,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오히려 다른 가능성들을 더 꼼꼼히 살피게 됩니다.

흔히 폐암은 담배 때문에 생긴다고 알려져 있지만,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은 사람에게도 폐암(lung cancer)은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비흡연자 폐암은 드물지 않으며, 특히 동아시아 여성에서 상대적으로 자주 보고됩니다. 원인은 하나로 딱 잘라 말하기 어렵고 여러 요인이 겹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실내에 스며드는 자연 방사성 기체인 라돈(radon),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 요리할 때 나는 기름 연기, 석면(asbestos)이나 특정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직업 환경, 그리고 간접흡연 등이 거론됩니다. 가족 중에 폐암을 앓은 분이 있다면 유전적 소인이 함께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비흡연자의 폐암은 담배와 관련된 폐암과 세포·유전자 수준에서 성질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EGFR, ALK 같은 특정 유전자 변화가 더 흔하게 발견되는데, 이런 변화가 확인되면 그에 맞춘 표적치료(targeted therapy)를 고려할 수 있어 치료 계획에 중요한 정보가 됩니다. 그래서 요즘은 조직검사에서 얻은 검체로 유전자 검사를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담배를 안 피웠는데 왜'라는 물음이, 오히려 치료법을 정교하게 고르는 열쇠로 이어질 수 있는 셈입니다.

가스레인지도 쓰지 않고 남의 담배 냄새조차 싫어했는데 폐가 나빠졌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폐암이 반드시 '무언가를 잘못해서' 생기는 병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면 조금은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탓하기보다, 진료팀에게 궁금한 점을 솔직하게 물어보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비흡연자인 저는 어떤 검사를 더 하게 되나요?", "유전자 검사 결과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나요?" 같은 질문을 미리 적어 가면 짧은 진료 시간을 알차게 쓸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개인의 상태에 대한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나 검사 결과, 앞으로의 치료에 관한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