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를 이어가던 중 늘 낮던 혈압이 갑자기 높아지고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하면, 무엇이 잘못된 건지 당황스럽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혈압 상승은 여러 항암 치료에서 비교적 흔하게 관찰되는 변화 중 하나입니다. 특히 종양이 자라는 데 필요한 새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항혈관신생(anti-angiogenic)’ 계열의 약이나 일부 표적치료제는 혈관의 조절 기능에 영향을 주어 혈압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항암 초반 한두 차례는 괜찮다가 회차가 쌓이면서 뒤늦게 혈압이 오르는 경우도 있어, ‘지난번엔 괜찮았는데’라는 이유만으로 안심하기는 어렵습니다.

혈압이 높아지면 뒷머리가 무겁거나 지끈거리는 두통이 함께 오는 일이 많습니다. 두통 자체가 곧 위험 신호는 아니지만, 혈압이 조절되지 않은 채 방치되면 몸에 부담이 쌓이므로 ‘항암 후유증이려니’ 하고 무작정 참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집에서 아침저녁으로 같은 조건(앉아서 5분 안정한 뒤, 팔을 심장 높이에 두고)으로 혈압을 재고, 날짜·시각·수치를 적어 두면 의료진이 상태를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진료실에서 그 자리에서 혈압을 낮추는 주사만 놓고 약 처방은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일 먹는 혈압약을 시작하기에 앞서 항암 일정과 신장 기능, 다른 약과의 상호작용을 함께 따져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진료까지 시간이 남았다면, 가까운 내과를 찾아 현재 받고 있는 항암치료의 이름과 최근 혈압 기록을 보여주고 임시로 혈압약을 상의하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항암 중이라는 사실과 복용 중인 모든 약을 알리면, 내과에서도 무리 없는 범위의 약을 고르는 데 참고가 됩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다음 진료를 기다리지 말고 응급실을 이용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혈압이 매우 높으면서(예: 수축기 180 이상) 심한 두통, 시야 흐림, 말이 어눌해짐, 가슴 통증이나 숨참, 멎지 않는 구토, 의식이 흐릿해지는 증상이 함께 나타날 때입니다. 드물지만 혈압이 급격히 오르며 뇌에 부담을 주는 상황도 있어, 평소와 다른 신경학적 증상이 보이면 지체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전하기 위한 것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혈압약의 시작·조절 여부와 응급실 방문 시점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 또는 가까운 의료기관과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