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를 받는 아이가 기침을 시작하면 부모의 마음은 크게 흔들립니다. 어른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길 감기 기운도, 항암 중인 아이에게는 조금 다른 눈으로 살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를 알아두면 불필요한 불안은 줄이고, 정말 챙겨야 할 순간은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항암제(chemotherapy)는 빠르게 자라는 암세포를 공격하지만, 동시에 우리 몸에서 세균과 싸우는 백혈구, 특히 호중구(neutrophil)라는 방어 세포까지 줄어들게 합니다. 보통 항암 주사를 맞고 약 7일에서 14일 사이에 이 수치가 가장 낮아지는데, 이 시기를 '최저점(nadir)'이라고 부릅니다. 방어군이 줄어든 이때는 평소라면 가볍게 지나갈 감염도 빠르게 번지거나 무겁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아이의 기침을 조금 더 눈여겨봐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기침 자체는 몸이 기도를 지키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라 그 자체가 위험 신호는 아닙니다. 다만 확인해야 할 것은 '함께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가장 중요한 신호는 열입니다. 호중구가 낮은 상태에서 열이 나는 것을 '발열성 호중구감소증(febrile neutropenia)'이라 하며, 이는 지체 없이 진료가 필요한 응급 상황으로 봅니다. 흔히 38도 안팎을 기준으로 삼지만, 정확한 기준과 연락 방법은 아이를 담당하는 의료진이 미리 알려준 내용을 따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열이 없더라도 살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숨이 가빠지거나 숨소리가 거칠어질 때, 가슴이 아프다고 할 때, 입술이나 손끝이 파랗게 보일 때, 축 처져 잘 먹지도 놀지도 않을 때, 기침이 점점 심해지거나 며칠째 나아지지 않을 때는 병원에 연락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감기보다 더 살펴야 할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미 항생제를 복용 중이라면, 기침이 남아 있는 이유가 여러 가지일 수 있습니다. 치료 중인 감염이 아직 낫는 중일 수도 있고, 항생제로는 듣지 않는 다른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 약을 늘리거나 멈추기보다, 지금 복용 중인 약과 아이의 상태를 담당 의료진에게 알리고 상의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특히 어린이용이라도 시중의 기침약이나 해열제를 임의로 먹이기 전에는 반드시 확인이 필요합니다.
집에서 도울 수 있는 것으로는 충분한 수분 섭취, 방 안 공기를 너무 건조하지 않게 하기, 충분한 휴식이 있습니다. 다만 이런 방법은 증상을 조금 편하게 해줄 뿐, 진료를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손 씻기와 아픈 사람과의 접촉을 줄이는 것도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아이의 담당 병원 연락처와 '이럴 때는 바로 연락하라'는 기준을 눈에 잘 띄는 곳에 적어두면, 밤중에 증상이 생겨도 덜 당황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아이의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아이의 상태가 걱정될 때는 자가 판단에 앞서 담당 의료진이나 병원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