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를 받는 동안에는 텃밭에서 기른 채소나 이웃·환우가 정성껏 보내온 농산물을 선물로 받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반가운 마음과 동시에 '한 번에 다 먹기는 어려운데 상하기 전에 어떻게 보관하고, 또 어떻게 조리해야 몸에 부담이 없을까' 하는 고민이 뒤따르곤 합니다. 특히 여름 호박(주키니, zucchini)처럼 수분이 많은 채소는 금방 물러지기 쉬워, 보관 방법이 맛과 안전을 크게 좌우합니다.
먼저 보관입니다. 수분이 많은 채소는 미리 씻어 두면 오히려 빨리 무르므로, 조리 직전까지 씻지 않은 상태로 두는 편이 좋습니다. 겉의 물기를 닦아 종이타월이나 신문지에 가볍게 싸서 냉장고 채소칸에 두면 며칠은 신선하게 유지됩니다. 이미 자른 채소는 공기와 닿는 면이 넓어 더 빨리 상하므로, 밀폐용기에 담아 하루이틀 안에 드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양이 많아 며칠 안에 다 먹기 어렵다면 냉동을 권합니다. 먹기 좋은 크기로 썬 뒤 끓는 물에 살짝 데치는 '블랜칭(blanching)'을 거쳐 물기를 빼고 소분해 얼리면, 색과 식감이 오래 유지되고 몇 주에서 몇 달까지 보관할 수 있습니다. 얼린 채소는 국, 찜, 볶음, 죽 등에 그대로 넣어 쓰기 편합니다.
조리할 때는 지금의 몸 상태를 먼저 생각합니다. 항암치료나 수술 회복기에는 소화 기능이 떨어지고 입맛이 없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기름에 많이 볶기보다 찜, 끓이기, 데치기처럼 부드럽게 푹 익히는 조리가 위에 부담이 적습니다. 껍질이나 씨가 거칠게 느껴진다면 벗겨내고, 죽이나 부드러운 국, 심심하게 간한 나물처럼 목넘김이 편한 형태로 만들면 조금씩이라도 즐기기 좋습니다. 양념은 짜거나 매운 자극을 줄이는 편이 소화에 편합니다.
면역이 약해진 시기에는 위생도 중요합니다. 조리 전 손과 도마·칼을 깨끗이 씻고, 채소는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은 뒤 속까지 완전히 익혀 드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무르거나 곰팡이가 보이거나 냄새가 이상한 부분은 아까워도 도려내지 말고 통째로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한 번에 많이 드시려 애쓰기보다, 소량씩 자주 나눠 드시며 '먹는 즐거움'을 지키는 것이 회복기에는 더 도움이 됩니다. 보내온 이의 정성을 떠올리며 편안한 한 끼로 누리시길 바랍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식사 제한이나 영양 상태, 알레르기, 특정 조리·식품이 걱정된다면 반드시 담당 의료진이나 영양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