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진행된 시기나 회복이 더딘 때에는 예전만큼 먹지 못하는 변화가 흔히 찾아옵니다. 이를 두고 "의지가 약해서" 혹은 "잘 챙겨 드리지 못해서"라며 자책하는 분이 많지만, 진행된 질환에서 나타나는 식욕 저하는 상당 부분 몸 안에서 일어나는 대사 변화 때문입니다. 종양이 만들어 내는 물질이 뇌의 식욕 중추와 근육·지방 대사에 영향을 주면서 배가 덜 고프고, 조금만 먹어도 금세 부른 느낌(조기 포만감, early satiety)이 생깁니다. 여기에 활동량 감소, 통증, 약의 영향, 입맛의 변화, 소화 기능 저하가 겹치면 식사량은 더 줄어듭니다. 이런 변화를 의학에서는 식욕부진-악액질(anorexia-cachexia)이라고 부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시기의 '먹기'는 목표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초기 치료 때처럼 체력과 체중을 끌어올리기 위한 먹기가 아니라, 남은 하루를 조금 더 편안하고 즐겁게 보내기 위한 먹기로 무게중심이 옮겨 갑니다. 억지로 양을 늘리려 하면 오히려 메스꺼움, 복부 팽만, 부담감으로 이어져 당사자를 힘들게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좋아하던 음식 한두 입, 시원하고 새콤한 과일 한 줌은 큰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블루베리나 딸기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제철 과일은 씹는 힘이 약해진 분도 부담 없이 즐기기 좋습니다.
곁에서 돌보는 분이 기억하면 좋은 것들이 있습니다. 한 번에 많이 담지 말고 작은 그릇에 조금씩, 자주 권해 보세요. 뜨거운 음식보다 미지근하거나 차가운 음식이 냄새에 덜 예민하게 느껴져 넘기기 쉬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거라도 먹어야지"라는 재촉보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줘"라는 여유가 마음을 편하게 합니다. 면역이 약해진 시기라면 과일은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고, 무른 부분은 도려낸 뒤 드리는 편이 안전합니다. 입안이 헐거나 삼킴이 힘들어지고, 삼킬 때 사레가 자주 들거나 갑자기 먹는 양이 뚝 떨어질 때는 의료진과 상의해 원인과 대처를 함께 찾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음식은 영양을 채우는 일이면서 동시에 마음을 나누는 일입니다. 누군가 건넨 싱싱한 과일 한 봉지에 담긴 마음, 그 한 알을 반갑게 넘기는 순간의 기쁨은 숫자로 따질 수 없는 돌봄입니다. 먹는 양이 줄어드는 것을 실패로 여기기보다, 지금 이 순간의 편안함과 즐거움을 지키는 쪽으로 눈을 돌려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인의 상태에 대한 진료나 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식사와 증상 조절에 관한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