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기른 채소나 이웃이 나눠 준 여름 호박을 받으면, 어떻게 맛있게 요리할지 마음이 설렙니다. 노란빛이 고운 골드 주키니(gold zucchini)를 비롯한 여름 호박류는 수분이 많고 열량이 낮으며, 익히면 부드러워 소화가 편한 채소입니다. 다만 항암치료를 받는 시기에는 '무엇을 먹느냐'만큼 '어떻게 씻고 익히느냐'도 함께 살펴 두면 도움이 됩니다.
항암치료 중에는 백혈구, 특히 감염을 막아 주는 호중구(neutrophil) 수치가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시기(골수억제)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이때는 평소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세균에도 몸이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어, 날것 그대로의 채소·과일을 다룰 때 조금 더 주의가 필요합니다. 예전에는 생채소를 아예 피하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무조건 금지'보다 '깨끗이 씻어 안전하게 준비하기'에 무게를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수치가 크게 떨어지는 시기에는 익힌 음식을 권하기도 하므로, 자신의 상태에 맞는 기준은 진료팀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집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기본은 이렇습니다. 첫째, 흐르는 물에 충분히 문질러 씻고, 껍질이 단단한 호박은 표면을 부드러운 솔로 닦아 냅니다. 둘째, 무르거나 상한 부분, 흠집이 난 곳은 넉넉히 도려냅니다. 셋째, 생고기·생선을 다룬 도마·칼과 채소용을 구분하고, 손을 자주 씻어 교차오염(cross-contamination)을 줄입니다. 넷째, 면역이 약해진 시기에는 살짝 데치거나 볶는 등 열을 가해 익혀 먹으면 세균에 대한 부담을 한결 덜 수 있습니다.
여름 호박류는 이런 회복기 식탁에 잘 어울립니다. 부드럽게 익히면 위에 부담이 적고, 입맛이 없을 때도 나물, 된장국, 부침, 볶음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특정 채소 하나가 암을 낫게 하거나 예방한다는 뜻은 아니며, 여러 식품을 골고루 담아 전체 영양을 채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웃이나 가족과 텃밭 채소를 나누는 정겨운 마음은 그 자체로 큰 위로가 됩니다. 다만 몸이 약해진 시기에는 잘 씻고 알맞게 익히는 작은 습관 하나가 안심하고 한 끼를 즐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로, 개인의 치료 단계나 혈액 수치에 따라 권고가 달라질 수 있으니 식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