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뒤, 그 사람이 꿈에 나타났다는 이야기는 아주 흔합니다. 어떤 날은 생전 모습 그대로 환하게 웃고 있고, 어떤 날은 아무 말 없이 곁에 앉아 있기도 합니다. 이런 꿈이 큰 위로가 되어 오랜만에 마음이 놓이는 분도 있고, 반대로 깨어나 다시 그리움에 잠기는 분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이는 애도(grief)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겪는 경험입니다.
우리가 떠난 이를 꿈에서 만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슬픔이 깊을수록 그 사람에 대한 생각과 감정이 낮 동안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잠자는 동안에도 뇌는 이런 강한 기억과 감정을 정리합니다. 특히 꿈이 활발해지는 렘수면(REM sleep) 시기에는 낮에 미처 소화하지 못한 감정이 이미지와 이야기의 형태로 떠오르곤 합니다. 그래서 생일이나 기일처럼 고인을 유난히 많이 떠올리는 시기에 이런 꿈을 더 자주 꾸게 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고인이 건강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때로는 아주 생생하게 나타나는 꿈을 '방문 꿈(visitation dream)'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런 꿈을 꾼 뒤 '잘 지내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끼는 분이 많습니다. 애도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떠난 이를 억지로 잊고 완전히 놓아버리는 것이 회복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그 사람과의 관계를 새로운 형태로 이어가는 '지속적 유대(continuing bonds)'가 오히려 건강한 애도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꿈속의 만남, 마음속 대화, 기일을 기억하는 일은 모두 이런 유대의 한 모습입니다.
물론 모두가 이런 꿈을 꾸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그리워도 좀처럼 꿈에 나오지 않는다며 서운해하는 분도 있는데, 꿈을 꾸지 않는다고 해서 덜 사랑하거나 무언가 잘못된 것은 결코 아닙니다. 반대로 고인이 아파하거나 힘들어하는 모습이 반복되는 괴로운 꿈을 꾸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꿈은 남은 이의 죄책감이나 풀지 못한 감정과 이어져 있을 수 있어, 혼자 힘들다면 이야기를 나누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별 초기에는 잠을 이루기 어렵거나 자주 깨는 것이 흔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밤잠을 더 잘 자게 되고 일상의 리듬이 돌아오는 것은 마음이 상실에 조금씩 적응해 간다는 반가운 신호입니다. 이때 '내가 벌써 일상으로 돌아가도 되나', '웃어도 되나' 하는 미안함이 드는 것도 자연스럽지만, 다시 잘 지내는 것은 떠난 이를 잊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을 안고 살아가는 방식임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다만 사별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슬픔이 조금도 옅어지지 않고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라면, 또 불면이 심하거나 악몽이 반복되고 우울감·무기력이 이어진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나 애도 상담, 호스피스 기관의 사별 가족 지원 프로그램 등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적인 진료나 상담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마음이나 수면에 대해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의료진이나 상담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