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치료나 조혈모세포 이식(hematopoietic stem cell transplant)을 앞두면, 전처치 항암제의 영향으로 대개 머리카락이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많은 분이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빠지기 전에 '미리 밀어두는' 선택을 하십니다. 베개나 옷에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을 매일 마주하는 것보다, 스스로 시점을 정해 정리하는 편이 마음의 충격을 줄여 준다고 느끼시는 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막상 삭발을 앞두면 두렵고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머리카락은 오랜 세월 나를 이루어 온 모습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릴 때 머리 수술을 받아 두피에 흉터가 있거나, 두상이 걱정되는 분이라면 '머리를 밀면 그동안 가려져 있던 부분이 드러날 텐데' 하는 생각에 더 마음이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걱정하시는 것보다 흉터나 두상이 눈에 덜 띄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래된 수술 흉터는 대개 두피 색과 비슷하게 자리를 잡아 있고, 모자·두건·가발로 자연스럽게 가려집니다. 두피가 드러나는 것이 신경 쓰인다면, 부드러운 실내용 비니나 면 두건을 미리 준비해 두면 집에서도 한결 편안합니다.

삭발 방법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특히 이식·항암 중에는 혈소판(platelet)이 낮아지는 시기가 있어, 날이 선 면도기로 밀다가 상처가 나면 피가 잘 멎지 않거나 감염 위험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개 날이 피부에 직접 닿지 않는 전기 이발기(클리퍼)로 짧게 정리하는 방식을 권합니다. 언제 미는 것이 좋을지, 지금 수치가 괜찮은지는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정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민 뒤에는 두피 관리가 중요합니다. 두피도 피부이므로 건조해지기 쉽고 햇빛에 약해집니다. 순한 보습제를 얇게 발라 주고, 외출 시에는 모자나 자외선 차단으로 두피를 보호해 주세요. 잘 때 베개에 쓸리는 느낌이 불편하면 부드러운 수면 캡이 도움이 됩니다.

가발을 준비하실 계획이라면, 머리카락이 빠지기 전에 미리 맞춰 두면 원래 머리색·스타일과 비교하기 쉽습니다. 인모와 인조모, 통풍이 잘 되는 캡 형태 등 선택지가 다양하니 착용감을 직접 확인하고 고르시길 권합니다. 가발이 답답한 날에는 두건이나 모자로 번갈아 쓰셔도 좋고, 집에서는 아무것도 쓰지 않고 편히 지내셔도 괜찮습니다.

무엇보다, 치료가 끝나면 머리카락은 대개 다시 자라납니다. 처음 올라오는 머리결이 이전과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며 자리를 잡습니다. 삭발을 앞둔 마음이 흔들릴 때는 같은 길을 걸어온 환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거나, 가족과 솔직히 나누어 보세요. 걱정을 미리 꺼내 놓는 것만으로도 한결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삭발 시점, 두피·상처 관리, 혈액 수치와 관련한 판단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