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 계통의 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는 위나 장의 점막이 약해져 출혈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출혈은 변의 색으로 드러나는 일이 많은데, 위나 식도처럼 위쪽에서 피가 나면 소화 과정을 거치면서 변이 짜장면처럼 검고 끈적해지는 흑색변(melena)으로 보일 수 있고, 대장이나 항문 가까운 곳에서 나면 붉은 피가 섞인 혈변(hematochezia)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색만으로 위치나 양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평소와 다른 색의 변이 반복된다면 몸에서 보내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 안전합니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출혈 자체보다 '피가 빠져나가면서 생기는 몸의 변화'입니다. 피가 어느 정도 이상 빠지면 어지럽고, 일어설 때 핑 돌고, 식은땀이 나며,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점점 낮아질 수 있습니다. 수축기 혈압이 90 안팎이나 그 아래로 떨어지면서 어지럼이나 무기력이 같이 온다면, 몸이 순환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집에서 좀 더 지켜보자'가 아니라 응급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가깝습니다.

암 치료를 받는 분들은 빈혈이 동반되거나, 간 기능 저하로 피가 잘 멎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어 출혈에 더 취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혈을 받은 뒤에도 출혈이 계속되면 보충한 혈액이 다시 빠져나가, 수치가 좀처럼 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수혈은 빠진 피를 채워 주지만 출혈의 원인을 멈추는 치료는 아니기 때문에, 출혈이 의심될 때는 어디서 얼마나 새고 있는지를 함께 살피는 진료가 필요합니다.

집에서 다음과 같은 신호가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응급실을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검거나 끈적한 변, 선홍색 혈변이 반복될 때, 어지러워 일어서기 힘들거나 의식이 흐릿할 때, 혈압이 평소보다 뚜렷이 낮고 맥이 빠를 때, 피를 토하거나 토사물이 커피 찌꺼기처럼 보일 때입니다. 응급실에 갈 때는 복용 중인 약(특히 항응고제·진통제), 최근 수혈·항암 일정, 변의 색과 횟수를 메모해 가면 진료에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개별 환자의 진단이나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의 정도와 대처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실제 상황에서는 담당 의료진이나 응급의료기관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