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약은 식욕부진(loss of appetite)을 부작용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저용량으로 시작했다가 중간 용량으로 올리면, 효과가 커지는 만큼 부작용도 함께 또렷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식욕이 '하루 종일 똑같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약효가 도는 낮 시간에는 입맛이 사라졌다가 약효가 옅어지는 저녁이나 밤이 되면 다시 돌아오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런 리듬은 게으름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약이 몸 안에서 작용하는 시간대와 식욕 신호가 겹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낮 동안 거의 굶다시피 하다가 밤에 식욕이 한꺼번에 돌아오면, 늦은 시간에 몰아서 많이 먹게 되기 쉽다는 점입니다. 늦은 폭식은 소화 부담과 수면 방해로 이어지고, 다음 날 아침 다시 입맛이 없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 총량을 채우는 것'만큼이나 '언제, 어떻게 나눠 먹을지'가 중요해집니다.

몇 가지 도움이 되는 방향이 있습니다. 첫째, 입맛이 없는 낮 시간에는 억지로 한 끼를 다 차리기보다, 부담이 적고 열량이 높은 소량의 음식(견과류 한 줌, 치즈, 두유, 요거트, 바나나 등)을 손 닿는 곳에 두고 조금씩 자주 입에 넣는 방식이 수월합니다. 둘째, 조리 자체가 부담이라면 그 주에는 데우기만 하면 되는 음식이나 간편식으로 낮의 부담을 줄여도 괜찮습니다. 셋째, 밤에 식욕이 돌아올 때는 한 번에 몰아넣기보다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함께 있는 균형 잡힌 한 접시로 천천히 드시고, 자기 직전 과식은 피하는 편이 수면에도 좋습니다.

복약 시간을 스스로 바꾸기 전에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 약은 부작용 때문에 아침 식후 복용을 권하는 경우가 많은데, 생활 패턴에 따라 임의로 시간을 옮기면 식욕 리듬이 더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체중이 계속 빠지거나, 며칠째 소변량이 줄고 어지럽다면 탈수 신호일 수 있으니 진료 때 꼭 알리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컨디션의 기복을 겪다 보면 더 힘든 치료를 견디는 분들의 하루가 새삼 무겁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 마음을 너무 자신을 다그치는 데 쓰지 마시고, 오늘 한 입이라도 챙긴 스스로를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여겨 주셨으면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복약 시간 조정이나 식사·영양 계획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