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 수술을 한 번이라도 받으면, 회복 과정에서 장과 복벽, 또는 장과 장 사이가 흉터 조직으로 들러붙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것을 장유착(adhesion)이라고 부릅니다. 수술 횟수가 많을수록, 또 염증이나 감염이 동반됐던 경우일수록 유착이 잘 생기고 정도도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착 자체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들러붙은 부위에서 장이 좁아지거나 꺾이면 음식물과 가스가 지나가지 못하고 막히는 장폐색(bowel obstruction)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장폐색이 시작되면 몇 가지 비교적 뚜렷한 신호가 나타납니다. 배가 점점 빵빵하게 부풀고, 끊어질 듯 쥐어짜는 복통이 파도처럼 왔다 갔다 합니다. 먹은 것을 자꾸 토하고, 시간이 지나면 방귀와 대변이 아예 멈추기도 합니다. 단순한 체기나 변비와 비슷해 보여 '잘못 먹어서 그렇겠지' 하고 넘기기 쉽지만, 이 둘은 경과가 전혀 다릅니다. 장폐색을 오래 방치하면 막힌 장의 혈액순환이 나빠지고, 장벽이 손상되면서 세균과 염증이 온몸으로 퍼지는 패혈증(sepsis)으로 악화될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어르신들은 통증을 참는 데 익숙하고 '병원 가면 큰일 난다'는 두려움 때문에 며칠씩 견디다 늦게 도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장폐색은 빨리 발견할수록 금식과 콧줄(비위관) 감압, 수액 공급만으로 풀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 반면, 늦으면 응급수술이 필요해지고 회복도 훨씬 힘들어집니다. 다음과 같은 상황이라면 참지 말고 응급실을 찾는 것이 안전합니다 — 배가 계속 부풀며 심한 복통이 가시지 않을 때, 먹는 것마다 토할 때, 하루 이상 방귀와 대변이 전혀 없을 때, 열이 나거나 기운이 급격히 빠질 때입니다.
치료 후 회복기에는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조금씩 몸을 움직이고 걷는 것이 장의 운동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프다고 계속 누워만 있으면 장이 더 늘어지기 쉬우므로, 통증 조절을 받으면서 가능한 범위에서 자주 일어나 걷는 편이 회복에 이롭습니다. 식사는 맑은 유동식부터 천천히 늘리고, 한꺼번에 많이 먹기보다 소량씩 자주, 충분히 씹어 먹는 습관이 재발 부담을 줄여 줍니다. 다만 어떤 음식을 언제부터 먹을지, 운동 강도를 어느 정도로 할지는 환자마다 다르므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의심되거나 판단이 어려울 때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