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모세포이식(hematopoietic stem cell transplant)을 준비하다 보면 '방사선치료'와 '이식'이 마치 별개의 두 치료처럼 나란히 안내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왜 두 가지를 다 하지?' 하고 어리둥절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식 과정에서 받는 방사선은 종양 덩어리 하나를 겨냥하는 일반적인 방사선치료와는 목적이 조금 다릅니다. 이식 직전에 시행하는 전신방사선조사(TBI, Total Body Irradiation)는 흔히 '전처치(conditioning)'라고 부르는 준비 단계의 한 부분입니다.
전처치는 새 조혈모세포가 들어와 자리 잡을 '터'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목적은 크게 세 가지로 설명됩니다. 첫째, 몸 안에 남아 있을 수 있는 병든 세포를 최대한 줄이는 것. 둘째, 골수 안의 공간을 비워 이식받은 세포가 자랄 자리를 마련하는 것. 셋째, 내 면역이 들어온 세포를 거부하지 않도록 면역을 억제하는 것입니다. 병원에 따라 고용량 항암제만으로 전처치를 하기도 하고, 여기에 전신방사선조사를 더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같은 입원 일정 안에 '항암'과 '방사선'이 함께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전신방사선조사는 한 부위가 아니라 온몸에 방사선을 고르게 쪼이며, 보통 하루에 여러 번 나누어 며칠에 걸쳐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나누어 주는 이유는 폐나 신장처럼 예민한 장기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시술 중에는 가만히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메스꺼움·피로·침샘 불편감·일시적인 피부 변화 같은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전처치가 끝나면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가 되기 때문에 감염을 막기 위해 무균실(보호격리)에 들어가 이식받은 세포가 생착(engraftment)되기를 기다립니다. 즉 '방사선 → 이식 → 무균실'은 따로 떨어진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 하나로 이어진 흐름인 셈입니다. 보험 서류나 치료 계획서에 방사선치료와 조혈모세포이식이 각각 적혀 있는 것도 이런 구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다만 어떤 전처치 방식을 쓰는지, 비용과 보장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사람마다 진단·이식 종류·보험 약관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정확한 내용은 담당 의료진과 보험사에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 보험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본인의 치료 계획과 보장 범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 및 해당 기관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