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을 받고 나면 마음 추스를 새도 없이 보험 청구가 시작됩니다. 두 곳에서 진단금과 보험료 납입면제를 받고 한숨 돌렸는데, 약관을 다시 들춰보니 가입해 둔 다른 한 곳에서도 납입면제가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청구를 넣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답이 좀 당황스러웠어요. "진단 근거가 미비하다"면서, 이미 받은 다른 보험사의 지급내역서를 달라는 겁니다.
이런 요구를 받으면 누구나 멈칫하게 돼요. 내가 다른 데서 얼마를 받았는지가 이 회사 심사랑 무슨 상관일까 싶고, 굳이 그걸 다 까서 보여줘야 하나 싶은 거죠. 결론부터 말하면, 보험사가 정당한 심사를 위해 객관적인 진단 자료를 요청하는 건 약관상 가능한 부분입니다. 다만 "다른 회사가 얼마 줬는지" 그 자체를 보겠다는 건 결이 좀 다릅니다.
핵심은 회사가 진짜로 확인하고 싶은 게 뭐냐는 거예요. 납입면제든 진단금이든, 결국 필요한 건 "이 사람이 약관에서 정한 진단 기준을 충족했는가"입니다. 그건 조직검사 결과지나 진단서, 의무기록 같은 의학적 자료로 확인하는 거지, 옆 회사 통장에 얼마가 꽂혔는지로 판단할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다른 회사 지급내역서를 통째로 요구받았을 때는, 그 서류로 무엇을 확인하려는 건지 서면으로 물어보는 게 먼저예요.
실제로 산정특례 등록 화면을 캡처해서 보냈는데도 한참 답이 없다면, 회사 쪽 처리가 늦는 건지 추가 자료를 원하는 건지 애매하잖아요. 이럴 땐 전화로만 주고받지 말고, 무엇이 부족해서 보류 중인지 기한과 함께 문서로 안내해 달라고 요청해 두세요. 통화는 기억에서 사라지지만 글로 남긴 건 나중에 근거가 됩니다.
그래도 "다른 데 받았으니 근거 없다"는 식으로 지급이 미뤄진다면, 혼자 끙끙대지 말고 금융감독원 민원이나 보험 관련 상담 창구의 도움을 받는 걸 권합니다. 진단 자료가 명확한데도 타사 지급 여부를 꼬투리 삼는 거라면, 객관적으로 따져볼 여지가 충분하거든요.
같은 사정이라도 가입한 약관과 진단 내용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본인 증권과 진단서를 들고 한 번쯤 전문가에게 짚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