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항암을 한참 하다 보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이 든다. "표적치료제라는 건 우리한텐 안 되나?" 폐암이나 유방암 이야기에선 흔하게 들리는 단어인데, 췌장암에서는 좀처럼 안 나오니까. 사실 오랫동안 췌장암은 '표적치료가 잘 안 듣는 암'으로 불려 왔다. 그런데 요즘은 그 말이 예전만큼 딱 들어맞지는 않는다. 전부는 아니어도, 일부 환자에게는 분명히 길이 생겼다.

핵심은 '유전자 검사를 해봤느냐'다. 췌장암 중에도 BRCA1·BRCA2 같은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분들은 백금 계열 항암제에 반응이 좋은 편이고, 일정 기간 항암으로 병이 잘 잡힌 뒤에는 올라파립 같은 약(PARP 억제제)을 유지요법으로 쓰는 선택지가 있다. 그 외에도 NTRK 융합, KRAS G12C, 그리고 종양에 특정 면역 표지가 있는 경우처럼 드물지만 맞춤 약을 시도해볼 수 있는 상황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 다만 이런 표적이 있는 환자는 전체로 보면 소수다. 그래서 검사를 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그러니 주치의와 상담할 때 "혹시 우리 경우에 해볼 만한 유전자 검사가 있을까요?"라고 한 번 물어보는 게 좋다. 종양 조직이나 혈액으로 하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같은 검사인데, 결과에 따라 쓸 수 있는 약이 달라지기도 한다. 표적이 안 나오면 아쉽지만, 그건 그것대로 현재 하는 표준 항암에 집중하면 된다는 답이 되니까 손해 보는 일은 아니다.

마음 한편이 불안한 것도 너무 당연하다. 한 가지 항암을 끝내고 다음 약으로 넘어갈 때마다 '이번엔 잘 들었으면' 하는 조마조마함이 따라온다. 그래도 치료 옵션이 한 줄씩이라도 계속 생기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고, 컨디션을 잘 유지하면서 버텨주는 것 자체가 다음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다. 잘 드시고, 무리한 일정은 줄이고, 통증이나 소화 문제는 참지 말고 그때그때 의료진에게 말하는 게 결국 도움이 된다.

개발 중인 약들도 적지 않아서, 형편이 맞으면 임상시험을 알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만 모든 정보는 환자 상태를 직접 보는 주치의와 함께 판단해야 한다 — 같은 췌장암이라도 사람마다 답이 다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