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굴이 참 당기죠. 새콤하게 무쳐 먹어도 좋고, 그냥 초장에 콕 찍어 먹는 그 맛을 좋아하는 분도 많고요. 그런데 마트에서 봉지굴이나 포장굴을 집을 때, 라벨 구석에 작게 적힌 글자 하나를 지나치는 경우가 정말 흔합니다. '가열조리용' 혹은 '익혀 드세요'라는 표시요.

이게 왜 붙느냐면, 그 굴이 자란 양식장이나 채취한 바다 근처에서 노로바이러스 같은 게 검출됐을 때 생으로는 팔지 못하게 하는 안전장치거든요. 같은 굴처럼 보여도 '생식용'과 '가열조리용'은 출발선이 다릅니다. 생식용은 날로 먹어도 되도록 관리된 것이고, 가열조리용은 말 그대로 불을 거쳐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는 굴이에요.

건강한 사람이라면 가열조리용을 실수로 살짝 데쳐 먹어도 대개는 배탈 정도로 지나갑니다. 문제는 항암치료나 수술을 거치며 면역이 바닥까지 떨어진 분들이에요. 평소라면 하루 이틀 고생하고 말 장염이, 이때는 탈수와 입원으로 번지기도 하고 예정돼 있던 치료 일정까지 흔들 수 있습니다. 그 며칠이 환자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잖아요.

그래서 치료 중이라면 가열조리용 굴은 아예 장바구니에서 빼는 쪽을 권하고 싶어요. 정 드시고 싶다면 방법은 하나, 속까지 충분히 익히는 겁니다. 겉만 살짝 데치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95도 이상에서 1분 넘게 익혀야 바이러스가 죽습니다. 굴전이나 굴국, 굴밥처럼 푹 익는 요리로 즐기면 마음이 한결 놓이고요. 회로 먹는 '생굴'의 그 식감을 가열조리용에서 기대하긴 어렵다는 점도 미리 알아두면 좋겠습니다.

장 볼 때 라벨 한 줄 확인하는 게 별것 아닌 듯해도, 치료받는 동안엔 이런 작은 습관이 몸을 지켜줍니다. 혹시 보호자가 장을 봐 온다면 이 표시 이야기를 슬쩍 공유해 두세요.

몸 상태나 치료 단계마다 주의할 음식이 조금씩 다르니, 식단이 헷갈릴 땐 담당 의료진이나 영양사에게 한 번 물어보는 게 제일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