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을 받고 나면 식탁이 갑자기 어려워진다. 어제까지 아무 생각 없이 먹던 반찬 하나도 손이 멈칫해진다. 그러다 보면 인터넷이나 환우 모임에서 떠도는 "암에 나쁜 음식 리스트" 같은 걸 자꾸 들여다보게 되는데, 막상 그 목록을 보면 마음이 더 무거워지기 일쑤다. 빨간 고기도 안 되고, 설탕도 안 되고, 유제품도 끊으라고 하고… 그러다 보면 정작 먹을 게 없어진다.

이런 글들이 환자 본인보다 옆에서 챙기는 가족을 더 들었다 놨다 한다. 좋은 마음으로 "장모님 드시라고" 공유한 레시피 하나가, 누군가에겐 "그럼 내가 그동안 먹인 건 다 독이었나" 하는 죄책감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사실 출처도 분명하지 않은 단편적인 정보가 사람 사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 적지 않다. 음식 이야기일수록 더 그렇다.

치료받는 동안 식사에서 진짜 중요한 건, 어떤 한 가지 음식을 칼같이 끊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충분히, 골고루 먹는 쪽이다.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입맛이 뚝 떨어지고 체중이 빠지기 쉬운데, 이때 단백질이 모자라면 회복도 더디고 다음 치료 일정까지 흔들린다. 그래서 살코기, 생선, 달걀, 두부, 콩 같은 단백질을 끼니마다 조금씩이라도 챙기는 게 오히려 우선이다. "고기는 암에 나쁘다"는 말 한 줄 때문에 단백질을 통째로 빼버리는 건, 득보다 실이 클 때가 많다.

물론 가려야 할 것도 있긴 하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기에는 회나 덜 익힌 음식, 살균 안 된 생우유 같은 건 감염 위험 때문에 조심하는 게 맞다. 술이나 너무 짠 음식, 탄 부위도 굳이 챙겨 먹을 이유는 없고. 근데 이건 "특정 음식이 암을 키운다"는 공포와는 결이 다르다. 위생과 균형의 문제이지, 무슨 금기 식품 명단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제일 든든한 건, 어디 떠도는 목록 말고 지금 치료받는 곳의 의료진이나 영양사에게 직접 묻는 일이다. 같은 암이라도 사람마다 치료 단계와 몸 상태가 다르고, 콩팥이 약하면 단백질을 조절해야 하기도 하니까. 내 몸에 맞는 답은 결국 나를 직접 보는 사람한테서 나온다. 그러니 누가 좋은 마음으로 올린 글에 너무 마음 상하지도, 또 너무 휘둘리지도 않았으면 한다.

여기 적은 건 일반적인 이야기일 뿐이라, 실제 식단은 꼭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서 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