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가장 먼저 당황하는 부분이 "이 약을 언제까지 먹어야 하나요?"라는 질문일 때가 많다. 예전에는 백혈병이라고 하면 막연히 무서운 병이었는데, 지금은 하루 한 번 알약 하나로 일상생활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는 분들이 정말 많아졌다. 표적치료제, 흔히 TKI라고 부르는 약 덕분이다. 다만 이 약은 감기약처럼 며칠 먹고 끝나는 게 아니라, 오래 같이 가야 하는 약이다 보니 '제대로 먹는 습관'이 치료 성패를 가른다.
왜 이렇게까지 꾸준함을 강조하느냐면, 이 약은 혈액 속 약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암세포를 계속 눌러둘 수 있기 때문이다. 깜빡하고 하루 거르면 그날 하루치만 빠지는 게 아니라, 농도가 출렁이면서 효과가 흔들린다. 실제로 처방대로 90% 이상 챙겨 먹은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 사이에 치료 반응 차이가 꽤 크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니 "한두 번 빼먹은 게 뭐 그리 대수냐" 싶어도, 그 한두 번이 쌓이면 의미가 달라진다.
막상 매일 챙기려고 하면 의외로 쉽지 않다. 그래서 자기만의 루틴에 약을 묶어두는 게 도움이 된다. 아침 양치 직후, 혹은 저녁 식사 후 설거지하면서 같은 시간에 먹는 식으로 말이다. 약마다 식사와의 관계가 조금씩 다른데, 어떤 약은 음식과 함께 먹어야 흡수가 좋고, 어떤 약은 공복에 먹어야 한다. 또 자몽이나 자몽주스는 여러 표적치료제의 대사를 방해해 약 농도를 비정상적으로 올릴 수 있어 피하는 게 안전하다. 본인 약이 어느 쪽인지 처방받을 때 꼭 확인해두면 좋다.
먹다 보면 부작용도 신경 쓰인다. 눈가나 발목이 붓거나, 속이 메스껍거나, 근육이 쑤시고 피부 발진이 올라오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있다고 혼자 판단해서 약을 끊어버리는 게 가장 위험하다. 대부분은 용량을 조절하거나 보조적인 처방을 더하면 견딜 만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몸이 적응하는 경우도 많다. 견디기 힘든 증상이 있으면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진료 때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이 정도는 참아야지" 하고 숨기면 의료진이 조절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약을 먹는 동안에는 정기 검사도 한 묶음이다. 유전자 검사로 암세포가 얼마나 줄었는지 수치로 확인하는데, 이 수치가 충분히 깊고 오래 유지되면 의료진과 상의해 약을 중단해보는 '치료 중단'을 시도하는 분들도 생겼다. 다만 이건 아무나, 아무 때나 되는 게 아니라 일정 조건을 만족하고 면밀한 추적이 가능할 때 신중하게 결정하는 일이다. 스스로 "이만하면 됐겠지" 하고 끊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여행을 가거나 다른 병으로 새 약을 처방받을 때도 표적치료제를 먹고 있다는 사실을 꼭 알려야 한다. 함께 먹으면 안 되는 약이 제법 있어서다. 여기 적은 내용은 일반적인 안내일 뿐이고, 본인 상태와 약에 딱 맞는 답은 담당 의료진이 가장 잘 안다. 헷갈리는 게 있으면 다음 진료 때 메모해 갔다가 물어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