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식"이라는 말을 들으면 다들 큰 수술을 떠올린다. 배를 열고 무언가를 넣고 꿰매는 장면 말이다. 그런데 조혈모세포이식은 그런 그림과 좀 다르다. 사실 마지막 이식 자체는 수혈처럼 정맥으로 세포를 천천히 흘려보내는 과정이라, 막상 보면 허무할 만큼 조용하다. 정작 힘든 건 그 앞뒤에 줄지어 있는 단계들이다. 채집하고, 몸을 비우고, 다시 채워 넣고, 그 세포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이 흐름을 한 번 쭉 짚어두면, 막연한 두려움이 조금은 덜어진다.

시작은 조혈모세포를 모으는 채집이다. 내 세포를 쓰는 자가이식이라면 보통 며칠 동안 백혈구를 늘리는 촉진제 주사를 맞고, 혈액 속으로 빠져나온 줄기세포를 성분채집기로 걸러낸다. 한쪽 팔로 피가 나가서 기계를 돌고 다른 쪽으로 돌아오는데, 한두 시간씩 가만히 누워 있어야 해서 지루하다는 사람이 많다. 칼슘이 떨어지면 입술이 저릿하기도 한데, 그럴 땐 바로 말하면 된다. 형제자매나 타인의 세포를 받는 동종이식이라면 공여자가 이 과정을 대신 거치거나, 골수에서 직접 채취하기도 한다. 모은 세포는 냉동 보관해 두었다가 때가 되면 꺼내 쓴다.

그다음이 흔히 "전처치"라고 부르는 단계인데, 개인적으로는 여기가 진짜 고비라고 본다. 이식 전 며칠에 걸쳐 고용량 항암제나 방사선으로 기존 골수를 거의 비워낸다. 병든 세포를 없애고 새 세포가 들어올 자리를 만드는 청소 작업이라고 보면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상 세포까지 같이 타격을 받는다는 점이다. 입안이 헐고, 속이 메스껍고, 머리카락이 빠지고, 면역력이 바닥까지 떨어진다. 이 시기에는 작은 감염도 위험해서 무균실에 가까운 환경에서 지내게 된다.

몸을 다 비웠으면 이제 새 세포를 넣을 차례다. 앞서 모아둔 조혈모세포를 녹여서 중심정맥관을 통해 천천히 주입한다. 냉동 보존제 때문에 옥수수 삶는 듯한 묘한 냄새가 나거나 잠깐 속이 울렁거릴 수 있는데, 대개 금방 지나간다. 이 세포들은 신기하게도 알아서 골수를 찾아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누가 길을 알려주는 것도 아닌데 제집 찾아가듯 가는 게 늘 신기하다.

마지막 관문이 생착이다. 들어간 세포가 골수에 뿌리내리고 다시 피를 만들기 시작하는 시점을 말한다. 보통 이식 후 2주 안팎이 걸리는데, 그 사이는 면역이 거의 없는 위험 구간이라 매일 피검사로 백혈구 수치를 들여다본다. 며칠 연속으로 수치가 일정 기준 이상 올라오면 "생착됐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을 때 환자도 보호자도 한참 참았던 숨을 내쉬는 경우가 많다. 다만 생착이 끝이 아니라 이식편대숙주반응 같은 또 다른 고비가 남아 있어서, 퇴원 후에도 한동안 조심스러운 관리가 이어진다.

여기 적은 건 큰 흐름을 그려보려는 이야기일 뿐, 치료 방식과 일정은 사람마다 또 병에 따라 정말 다르게 흘러간다. 구체적인 건 꼭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서 결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