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고 나면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R-CHOP입니다. 처음 들으면 무슨 암호 같은데, 사실은 한 번에 쓰는 약들의 머리글자를 묶어 놓은 것뿐이에요. R은 리툭시맙, C는 사이클로포스파미드, H는 독소루비신(상품명 영향으로 H로 표기), O는 빈크리스틴, P는 프레드니솔론. 이렇게 다섯 가지가 한 팀처럼 움직입니다. 각각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서, 한 약이 못 잡는 부분을 다른 약이 메우는 구조라고 보면 이해가 쉬워요.

약마다 역할이 다른 게 흥미롭습니다. 리툭시맙은 림프종 세포 표면에 있는 CD20이라는 표식을 알아보고 달라붙는 표적 항체예요. 무차별로 때리는 게 아니라 표식이 있는 세포를 골라낸다는 점에서 앞의 R이 붙으면서 치료 성적이 꽤 올라갔습니다. 나머지 사이클로포스파미드, 독소루비신, 빈크리스틴은 분열하는 세포의 DNA나 세포 골격을 건드려 증식을 막는 전통적인 항암제고요. 프레드니솔론은 스테로이드인데, 림프구 자체를 억제하면서 메스꺼움이나 식욕 저하 같은 부담도 어느 정도 눌러 줍니다. 그래서 보통 치료 며칠 동안 같이 챙겨 먹게 돼요.

한 사이클이 실제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려 보면 이렇습니다. 정맥주사로 들어가는 네 가지 약은 대개 첫날 하루에 몰아서 맞아요. 리툭시맙은 처음 맞을 때 몸이 놀랄 수 있어서 천천히 떨어뜨리며 반응을 살피느라 시간이 길게 걸리는 편입니다. 한참 앉아 있어야 하니 따뜻한 옷이나 간단한 간식을 챙겨 가는 분이 많더라고요. 그리고 프레드니솔론은 보통 첫날부터 닷새 정도 집에서 알약으로 복용합니다. 그 뒤로는 약을 쉬면서 몸이 회복할 시간을 주고, 그렇게 21일을 한 묶음으로 잡아 다음 사이클로 넘어가는 게 일반적인 3주 간격 일정이에요.

가장 신경 쓰이는 시기는 약을 맞고 난 뒤 대략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입니다. 골수가 눌리면서 백혈구 수치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때라, 이때 열이 나면 그냥 감기로 넘기면 안 됩니다. 38도 안팎의 발열이 생기면 바로 병원에 연락하라고 신신당부하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손발이 저릿한 증상, 변비도 흔하게 따라오는데, 빈크리스틴 때문에 장운동이 느려지기 쉬워서 물과 식이섬유를 평소보다 의식적으로 챙기는 게 도움이 됩니다. 막상 겪어 보면 사이클마다 컨디션이 조금씩 달라서, 그날그날 몸 상태를 적어 두는 분들이 진료 때 훨씬 수월해해요.

치료는 보통 여섯에서 여덟 사이클을 목표로 하는데, 중간에 영상 검사로 종양이 줄고 있는지를 확인하면서 방향을 조정합니다. 숫자가 길어 보여도 한 사이클씩 끊어서 생각하면 생각보다 견딜 만하다고들 하시고요. 약 이름과 일정을 미리 알아 두면 막연한 불안이 꽤 줄어듭니다. 다만 사람마다 병기와 몸 상태가 다르고 용량이나 일정도 달라질 수 있으니, 구체적인 건 꼭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면서 진행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