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몇 차 지나고 나면 어느 날 문득, 손끝이 내 살 같지 않은 순간이 옵니다. 단추를 잠그는데 손가락이 헛돌고, 양말을 신을 때 발바닥에 얇은 비닐 한 겹 덮인 듯한 느낌. 부인암 치료에 흔히 쓰는 탁센 계열(파클리탁셀, 도세탁셀)이나 백금 계열(카보플라틴 등) 약은 효과가 좋은 만큼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걸 항암 유발 말초신경병증이라고 부르는데, 막상 겪어보면 이름보다 훨씬 일상적인 불편으로 다가옵니다.

증상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저릿하고 찌릿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감각이 둔해져서 뜨거운 컵을 잡고도 한참 뒤에 아 뜨겁다 하는 분도 있어요. 보통 손끝 발끝부터 시작해서 장갑·양말 끼는 부위처럼 안쪽으로 번지는 모양을 띱니다. 차수가 쌓일수록 누적되는 경향이 있어서, 어제까지 괜찮다가 한 사이클 더 맞고 확 심해졌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정도는 참아야지" 하고 혼자 삭이기보다, 언제부터 어디가 어떻게 저린지 메모해서 진료 때 보여주는 게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됩니다. 의료진은 그 변화를 보고 약 용량을 조절하거나 일정을 늦추는 판단을 하니까요.

집에서 할 수 있는 건 거창하지 않습니다. 미지근한 물에 손발을 담갔다가 부드럽게 주물러 혈액 순환을 돕고, 너무 조이는 신발이나 장갑은 피하는 것. 추운 날 손발이 시리면 증상이 도드라지니 보온에 신경 쓰고요. 감각이 둔해진 상태에선 화상이나 베임을 못 느낄 수 있어서, 설거지할 때 물 온도를 손등이 아니라 온도계나 다른 사람 손으로 확인하고, 발은 매일 한 번씩 눈으로 들여다보며 상처가 없는지 살피는 습관이 안전합니다. 손톱깎이나 칼질도 평소보다 조심, 욕실 바닥엔 미끄럼 매트 하나 깔아두면 마음이 놓입니다.

걷기나 가벼운 스트레칭처럼 몸을 살살 움직여주는 활동이 신경 회복과 균형 감각에 보탬이 된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 발 감각이 무뎌지면 나도 모르게 휘청하기 쉬워서, 계단을 내려갈 땐 난간을 꼭 잡고 한 칸씩, 밤에 화장실 갈 땐 작은 등을 켜두는 식의 소소한 대비가 낙상을 막아줍니다. 손 운동도 좋아요. 고무공 쥐었다 펴기, 콩 골라 담기 같은 단순한 동작이 둔해진 손끝을 깨워주는 느낌이 듭니다.

증상이 일상생활을 흔들 만큼 심해지면, 약으로 통증을 다스리는 길도 있습니다. 신경병증 통증에 쓰는 약들이 따로 있는데, 이건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서 정해야 합니다. 인터넷에서 좋다더라 하는 영양제나 보조제를 항암 중에 임의로 챙기는 건 오히려 약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어서, 무엇이든 추가하기 전에 한 번 물어보는 게 안전합니다.

한 가지 위로가 되는 사실은, 치료가 끝나면 시간을 두고 서서히 나아지는 분들이 꽤 많다는 점입니다. 물론 회복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고, 일부 감각이 오래 남기도 합니다. 그래도 지금의 저림이 평생 이대로일 거라고 미리 단정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답답한 마음이 들 땐 같은 치료를 받은 환우들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의외로 큰 힘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정리한 것이라, 구체적인 증상과 약 조절은 꼭 담당 의료진과 직접 상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