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에서 BRCA1이나 BRCA2 변이가 나왔다는 결과지를 받아 든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는 분들을 종종 만난다. 아직 아무 데도 아프지 않은데 의사가 '예방적 수술'이라는 말을 꺼내니까요. 멀쩡한 난소나 유방을 미리 떼낸다는 게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 당연하다. 사실 이건 병을 치료하는 수술이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위험을 미리 줄이는 선택이라 더 어렵다.
BRCA 변이를 가지고 있으면 난소암과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일반 사람보다 꽤 높아진다. 변이 종류나 가족력에 따라 다르지만, 평생 동안 난소암 위험이 적게는 십몇 퍼센트에서 많게는 40퍼센트 넘게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특히 난소암은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고 정기 검진으로 일찍 잡아내기도 까다로워서, 예방적으로 난소와 난관을 함께 제거하는 수술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출산 계획을 마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사이에 고려하게 된다.
근데 수술을 한다고 위험이 0이 되는 건 아니다. 난소와 난관을 떼도 복막 쪽에서 비슷한 암이 드물게 생길 수 있어서, '확률을 크게 낮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그리고 폐경 전에 난소를 제거하면 호르몬이 갑자기 끊기면서 안면홍조, 골다공증, 심혈관 부담 같은 조기 폐경 증상이 따라온다. 그래서 수술 시점, 호르몬 보충 여부, 유방 쪽은 어떻게 관리할지를 한꺼번에 놓고 의논해야 한다. 유방은 수술 대신 정기 MRI와 검진으로 촘촘히 추적하는 길을 택하는 분도 적지 않다.
막상 결정 앞에서 가장 많이 흔들리는 건 '지금 꼭 해야 하나'라는 마음이다. 정답이 하나로 정해진 문제가 아니라서 그렇다. 같은 변이를 가진 자매가 한 명은 수술을 택하고 다른 한 명은 추적 관찰을 택하는 일도 흔하다. 중요한 건 본인의 나이, 출산 계획, 가족 중 누가 몇 살에 어떤 암을 앓았는지, 그리고 매년 검진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 게 견딜 만한지까지 다 펼쳐놓고 따져보는 거다. 유전상담 전문가와 한 번 길게 이야기를 나눠보면 막연하던 숫자가 내 상황에 맞는 그림으로 정리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건 혼자 끌어안고 결정할 일이 아니다. 변이는 가족과 공유되는 정보이기도 해서, 형제자매나 자녀가 검사를 받아볼지도 함께 이야기될 수 있다. 감정적으로 버겁다면 상담이나 환우 모임의 도움을 받는 것도 약한 게 아니라 현명한 일이다. 결국 어떤 선택을 하든 '내가 충분히 알아보고 내 손으로 골랐다'는 감각이 나중에 큰 힘이 된다.
여기 적은 내용은 일반적인 설명일 뿐이라, 실제 검사 결과와 수술 시점은 꼭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서 정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