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을 받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입안이 헐어버린다. 처음엔 뜨거운 국에 입천장 덴 정도로 여기다가, 점점 혀끝이며 잇몸 안쪽까지 따끔거려서 밥 한 술 넘기는 게 일이 된다. 거기에 설사까지 겹치면 정말 먹는 일 자체가 무서워진다. 잘 먹어야 버틴다는 건 머리로 다 아는데, 막상 입이 아프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면 그 말이 야속하게 들린다. 그래서 오늘은 거창한 영양 이론 말고, 그 시기를 지나온 분들이 실제로 편하다고 한 식사 요령만 추려서 풀어보려 한다.

입안이 헐었을 때는 일단 자극을 빼는 게 먼저다. 매운 거, 짠 거, 신 거, 그리고 의외로 뜨거운 음식이 상처를 제일 괴롭힌다. 김치찌개나 오렌지주스처럼 평소 좋아하던 게 그날따라 칼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입이 보내는 신호다. 미지근하거나 살짝 차가운 음식이 한결 부드럽게 넘어간다. 죽도 한 김 식혀서, 차라리 미음에 가깝게 묽게 쒀 먹는 편이 낫고, 으깬 감자나 푹 익힌 호박, 두부, 부드러운 달걀찜처럼 씹는 수고가 적은 것들이 도움이 된다. 빨대로 마시면 아픈 부위를 피해서 넘길 수 있어 영양음료나 미음을 빨대째 천천히 들이켜는 분들도 많다. 식사 전후로 따뜻한 물이나 식염수로 입을 헹구면 통증이 조금 가라앉고, 너무 아픈 날엔 주치의에게 말해서 입안 마취 성분이 든 가글을 처방받는 방법도 있다.

설사가 같이 올 때는 또 결이 다르다. 이때는 장을 자극하는 걸 줄이고, 빠져나간 수분과 전해질을 채우는 데 신경 써야 한다. 기름지고 튀긴 음식, 너무 단 디저트, 우유나 생크림 같은 유제품이 설사를 부추기는 경우가 흔하다. 대신 흰죽, 잘 익힌 흰밥, 바나나, 껍질 벗긴 사과를 갈거나 익힌 것, 삶은 감자처럼 무난한 것부터 시작하는 게 안전하다. 물은 한 번에 벌컥 마시기보다 하루 종일 조금씩 나눠 마시고, 설사가 심한 날엔 미지근한 보리차나 묽은 이온음료로 빠진 수분을 보충해 주면 한결 덜 지친다.

입은 아픈데 설사까지 겹친 날이 사실 제일 곤란하다. 그럴 땐 욕심을 버리고 '소량씩 자주'로 가는 게 현실적이다. 하루 세 끼라는 틀에 매이지 말고, 두세 시간마다 두세 숟갈씩 나눠 먹는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훨씬 준다. 미지근한 달걀죽, 으깬 감자 한 술, 바나나 반 개. 이렇게 자극 적고 부드러우면서 설사에도 무난한 교집합을 찾는 게 요령이다. 한 번에 많이 못 먹는 만큼, 같은 양이라도 단백질과 열량이 조금이라도 더 든 쪽을 고르면 적게 먹어도 손해가 덜하다.

막상 며칠 거의 못 먹는 날이 이어지면 슬슬 겁이 난다. 그럴 땐 혼자 버티지 말고 숫자를 챙겨두자. 하루에 물을 거의 못 넘긴다거나, 소변이 눈에 띄게 줄고 진해진다거나, 설사가 멈추질 않고 열이 같이 오른다면 그건 참을 일이 아니라 알려야 할 일이다. 입안 상처가 하얗게 번지거나 피가 비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증상은 탈수나 감염으로 번질 수 있어서 빨리 잡는 게 중요하다.

이 글은 비슷한 시기를 지나는 분들께 마음 편히 드리는 이야기일 뿐, 결국 내 몸 상태는 나를 직접 보는 의료진이 제일 잘 안다. 새 증상이 생기거나 며칠째 먹는 게 영 힘들면 꼭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