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이야기를 들으면, 예전에는 다들 비슷한 약을 맞는 줄 알았다는 분이 많다. 그런데 요즘은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종양 조직을 떼서 유전자 검사부터 돌리는 경우가 흔하다. 같은 대장암이라도 종양이 가진 유전자 특성이 제각각이라, 그 결과에 따라 잘 듣는 약과 오히려 효과가 없는 약이 갈리기 때문이다. 표적치료라는 말이 어렵게 들리지만, 쉽게 말하면 암세포가 자라는 데 쓰는 특정 스위치를 골라서 막는 치료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게 RAS 유전자, 그중에서도 KRAS와 NRAS다. 이 유전자에 변이가 없는 이른바 '야생형'이면 EGFR이라는 신호를 차단하는 표적약을 쓸 수 있다. 반대로 변이가 있으면 이 계열 약은 거의 듣지 않아서, 굳이 쓰지 않는다. 검사 한 번이 약 선택을 통째로 바꾸는 셈이다. 처음 이 설명을 들은 한 환자분은 "검사 결과 기다리는 며칠이 제일 길었다"고 했는데, 그만큼 이 결과가 앞으로의 치료 방향을 좌우한다.
BRAF 변이도 중요하다. 이 변이가 있으면 경과가 까다로운 편이라 알려져 있었는데, 요즘은 이 변이를 겨냥한 약을 다른 약과 묶어서 쓰는 조합이 나오면서 선택지가 늘었다. 또 하나, 혈관을 새로 만들어 종양에 영양을 공급하는 길목을 막는 혈관신생 억제제 계열도 있다. 이건 RAS 변이 여부와 상관없이 쓸 수 있어서, 유전자 결과가 어느 쪽이든 치료 카드로 남는다.
최근에 부쩍 주목받는 건 MSI-High, 그러니까 현미부수체 불안정성이 높은 유형이다. 이런 종양은 면역항암제가 잘 듣는 경향이 있어서, 표적치료와는 또 다른 길이 열린다. 그래서 처음 검사할 때 이 부분까지 같이 확인하는 병원이 많아졌다. HER2가 많이 발현된 경우도 따로 겨냥하는 약을 검토하기도 한다. 결국 '내 종양이 어떤 패를 들고 있느냐'를 먼저 들여다보고, 거기 맞춰 무기를 고르는 그림이다.
막상 환자 입장에서 헷갈리는 건, 표적치료가 마법처럼 부작용이 없는 약은 아니라는 점이다. EGFR 계열은 피부 발진이나 손발 트러블이 흔하고, 혈관신생 억제제는 혈압이나 출혈 쪽을 살펴야 한다. 그래도 부작용 양상이 일반 세포독성 항암제와 달라서, 미리 알고 대비하면 일상을 유지하면서 치료받는 분이 적지 않다. 조직이 부족하면 피로 검사하는 방법도 있으니, 검사가 부담돼 망설일 필요는 없다.
여기 적은 내용은 큰 틀을 잡는 데 도움 되라고 정리한 거고, 본인 종양의 유전자 결과와 몸 상태에 맞는 약은 주치의와 직접 상의해서 정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