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치료를 받다 보면 어느 순간 의료진이 "이번 주는 백혈구가 많이 떨어졌네요" 하는 말을 듣게 됩니다. 항암제가 빠르게 자라는 세포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골수도 영향을 받거든요. 그중에서도 세균을 막아주는 호중구가 줄어드는 시기가 가장 조심스럽습니다. 이때는 평소 같으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을 작은 감염도 크게 번질 수 있어서, 먹는 것 하나하나가 신경 쓰이게 됩니다.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건 음식의 안전, 그러니까 위생입니다. 면역이 약해진 몸은 날것에 들어있는 균을 스스로 정리하기가 어렵습니다. 회나 육회, 덜 익힌 고기, 살균하지 않은 생우유나 치즈, 갓 짜낸 주스 같은 건 이 시기엔 잠시 멀리하는 게 마음 편합니다. 채소와 과일도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겨 먹고, 한 번 데우거나 익혀서 먹으면 한결 안심이 됩니다. 음식은 만든 지 오래되지 않은 걸로, 남은 건 아깝더라도 미련 없이 버리는 편이 낫고요.

그렇다고 무조건 가려 먹다 보면 정작 먹는 양 자체가 줄어드는 게 더 문제입니다. 입맛이 없고 입안이 헐어서 삼키기 힘든 날도 많은데, 이럴 때 단백질이 부족해지면 떨어진 혈구가 회복되는 속도까지 더뎌집니다. 잘 익힌 달걀, 부드럽게 끓인 두부, 푹 삶은 닭가슴살, 흰살생선처럼 소화가 편하면서 단백질이 든 음식을 조금씩 자주 나눠 먹는 게 도움이 됩니다. 한 번에 많이 못 먹겠으면 하루를 여러 끼로 쪼개도 괜찮아요.

입안이 아프거나 메스꺼울 땐 죽이나 미음, 으깬 감자, 데운 두유처럼 자극이 적고 부드러운 음식이 들어가기 편합니다. 너무 뜨겁거나 맵고 짠 음식, 신 과일즙은 헌 입안을 더 쓰리게 하니 미지근하게 식혀서 드세요. 물도 자주 조금씩 마셔 두는 게 좋습니다. 막상 챙기려고 하면 물 마시는 것도 잊기 쉬운데, 컵을 눈에 보이는 곳에 놓아두는 작은 습관이 의외로 큰 차이를 만듭니다.

건강기능식품이나 면역에 좋다는 즙, 발효 음료를 따로 챙기고 싶은 마음도 들 텐데, 이건 시작하기 전에 꼭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살아있는 균이 든 제품이나 일부 보충제는 면역이 떨어진 시기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거든요. 그리고 38도 이상 열이 나거나 오한, 갑작스러운 통증이 생기면 식단을 고민하기보다 바로 병원에 연락하는 게 우선입니다.

여기 적은 내용은 일반적인 참고일 뿐이고, 사람마다 치료 단계와 몸 상태가 다르니 실제 식단은 꼭 담당 의료진과 영양사와 맞춰 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