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항암을 받다 보면 가장 무서운 게 사실 통증보다 '애매한 증상'이다. 미열이 살짝 도는데 이게 그냥 피곤해서인지, 아니면 위험 신호인지 헷갈리거든. 근데 백혈구가 바닥을 친 상태에서는 그 작은 차이가 진짜 크다. 평소 같으면 하루 쉬면 될 감기 기운도, 호중구가 떨어진 시기엔 몇 시간 만에 상황이 확 나빠질 수 있다. 그래서 "조금만 더 지켜보자"가 가장 위험한 판단이 되기도 한다.
제일 먼저 외워둬야 할 숫자가 38도다. 귀나 겨드랑이로 잰 체온이 38도를 넘으면, 혹은 37.5도가 한 시간 넘게 안 떨어지면 바로 병원에 연락해야 한다. 항암 중 발열은 단순 감기로 보지 않고 '호중구 감소성 발열'이라는 응급 상황으로 본다. 균이 몸에 퍼지는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그렇다. 집에 있는 해열제를 먼저 먹는 것도 권하지 않는데, 열이 잠깐 내려간 사이에 진짜 위험을 못 알아챌 수 있어서다. 일단 체온 적어두고, 의료진 지시부터 받는 게 순서다.
출혈도 마찬가지로 그냥 넘기면 안 되는 신호다. 항암으로 혈소판이 떨어지면 피가 잘 안 멎는다. 칫솔질할 때 잇몸에서 피가 비치거나, 코피가 십 분 넘게 안 멈추거나, 멍이 부딪힌 적도 없는데 여기저기 생긴다면 혈소판 수치가 위험하게 낮아졌다는 뜻일 수 있다. 더 급한 건 소변이 붉거나 검은색이거나, 변에 피가 섞이거나 짜장처럼 까맣게 나올 때. 이건 몸 안에서 출혈이 일어나고 있다는 거라 지체 없이 병원에 가야 한다.
열이나 출혈 말고도 119를 불러야 하는 수준의 신호가 몇 가지 있다. 갑자기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하거나, 의식이 흐릿해지고 말이 어눌해질 때, 갑작스러운 극심한 두통, 한쪽 팔다리에 힘이 안 들어갈 때. 또 토하거나 설사가 멈추질 않아서 하루 종일 물도 못 넘기는 상황이면 탈수에 감염까지 겹칠 수 있으니 그냥 버티지 말자. 막상 한밤중에 이런 일이 생기면 머리가 하얘지는데, 그래서 미리 준비가 필요한 거다.
치료 시작할 때 병원에서 24시간 연락처랑 응급실 안내를 줬을 거다. 그 번호를 냉장고든 휴대폰 즐겨찾기든 눈에 띄는 데 붙여두자. 보호자랑 미리 동선을 정해두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어느 응급실로 갈지, 차로 몇 분 걸리는지, 항암 일정과 약 목록을 적은 메모를 가방에 넣어두는 것까지. 병원에 전화할 땐 체온 몇 도인지, 언제부터 어떤 증상인지, 마지막 항암이 언제였는지를 차분히 알려주면 의료진이 판단하기 훨씬 수월하다.
혼자 끙끙 앓다가 늦는 경우가 제일 안타깝다. 애매하다 싶으면 일단 전화해서 물어보는 게 맞다. 괜히 호들갑이었다고 민망해할 필요 없다 — 그쪽도 그러라고 있는 거니까. 여기 적은 건 일반적인 안내일 뿐이라, 내 몸 상태에 맞는 정확한 기준은 담당 의료진에게 꼭 확인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