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목소리가 사라진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겪어보지 않으면 짐작하기 어렵다. 후두를 통째로 들어내는 수술을 받고 나면 성대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에 예전처럼 소리를 내는 길이 막힌다. 처음 거울 앞에 서서 입만 뻐끔거려 봤을 때의 막막함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다. 근데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고 싶다. 말을 하는 방법이 영영 없어진 게 아니라, 소리를 만드는 통로가 바뀌었을 뿐이다. 다시 배우면 된다.
크게 보면 다시 말하는 길은 세 갈래다. 하나는 식도발성이라고 해서, 공기를 식도로 삼켰다가 트림하듯 끌어올리면서 그 떨림으로 소리를 내는 방식이다. 기계 없이 내 몸만으로 말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인데, 막상 익히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두세 음절 붙이는 데만 몇 주가 걸리기도 한다. 두 번째는 기관식도천공술로 작은 밸브를 끼워 폐의 공기를 식도 쪽으로 보내 소리를 내는 방법이고, 세 번째가 흔히 말하는 인공후두, 즉 전기후두기다.
전기후두기는 손바닥만 한 기계를 턱밑이나 볼에 대고 진동을 보내면, 그 떨림이 입 안에서 말소리로 다듬어지는 원리다. 처음 써보면 로봇 같은 금속성 소리가 나서 본인이 더 놀란다. 그런데 이게 익숙해지는 물건이라, 어디에 대야 소리가 제일 또렷한지 자기 자리를 찾고 나면 통화도 하고 가게에서 주문도 한다. 입 모양을 또박또박, 평소보다 조금 천천히 움직여 주는 게 요령이라고들 한다. 배터리 챙기는 습관, 기계 두세 대 두고 번갈아 쓰는 습관도 생각보다 중요하더라.
재활에서 의외로 발목을 잡는 건 발성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다. 사람 많은 데서 기계를 대는 게 부끄러워 입을 닫아버리면, 연습할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 그러다 보면 집에서 가족하고만 짧게 말하고 바깥에선 글씨나 휴대폰 화면으로 대신하게 되는데, 이게 길어지면 외로움이 깊어진다. 같은 길을 먼저 걸어간 사람들 모임에 한 번 나가보길 권하고 싶다. "나도 처음엔 한 단어도 못 냈어요" 하는 말을 직접 듣는 것만큼 힘이 되는 게 없다.
일상의 자잘한 변화도 미리 알아두면 덜 당황한다. 목 앞쪽에 숨길(기공)이 따로 생기기 때문에 코로 냄새 맡기가 어려워지고, 목욕할 때 물이 들어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겨울철 찬 공기에 기침이 잦아지면 가습이나 보호 기구가 도움이 되고, 가래 관리도 새로 익혀야 할 일과가 된다. 이런 것들은 퇴원 전에 의료진이나 언어재활사에게 종이에 적어가며 하나씩 물어보는 게 제일 빠르다. 부끄러운 질문은 없다.
회복 속도는 사람마다 정말 제각각이라, 옆 사람과 비교해서 조바심 낼 필요는 없다. 어제는 안 되던 단어가 오늘 한 번 또렷하게 나오는 날, 그 작은 성공이 쌓여서 결국 대화가 된다. 여기 적은 내용은 큰 그림을 잡는 참고용이고, 본인 상태에 맞는 재활 방법과 시기는 꼭 담당 의료진과 언어재활사랑 직접 상의해서 정하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