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와 목 부위에 방사선을 쬐다 보면 어느 순간 목이 화끈거리고 침 삼키는 것조차 따끔하게 느껴지는 때가 온다. 보통 치료 2~3주 차쯤부터 슬슬 시작된다. 점막이 헐고 침이 끈적해지면서 평소엔 아무렇지 않게 넘기던 밥 한 술이 갑자기 큰 산처럼 느껴진다. 이걸 그냥 참고 안 먹다 보면 체중이 쭉 빠지고, 체중이 빠지면 치료를 버틸 힘도 같이 빠진다. 그래서 "맛있게 먹기"보다 "어떻게든 넘기기"가 당분간의 목표가 된다.

가장 먼저 손보는 건 음식의 되기다. 목으로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형태가 핵심이라, 죽이나 미음, 으깬 감자, 푹 끓인 호박죽, 부드러운 두부 같은 걸 떠올리면 된다. 막상 해보면 알겠지만 같은 죽이라도 묽기에 따라 넘기는 느낌이 꽤 다르다. 너무 되면 걸리고, 너무 묽으면 오히려 사레가 들기도 한다. 자기 목에 맞는 농도를 며칠 안에 감으로 찾게 되는데, 거기에 참기름 한 방울이나 들기름, 버터를 살짝 섞어 미끄러움을 더해주면 통과가 한결 수월하다. 반대로 바삭한 과자, 마른 김, 딱딱한 빵 껍질, 견과류처럼 입천장을 긁는 것들은 한동안 멀리 두는 게 낫다.

온도와 양념도 생각보다 크게 작용한다. 헐어 있는 점막에는 뜨거운 국물도 매운 양념도 다 자극이다. 펄펄 끓인 걸 후후 불어 식혀가며 먹기보다, 미지근하거나 차게 식힌 음식이 훨씬 편하다. 차가운 셔벗이나 미지근한 단호박 스프 정도가 입안을 달래준다. 신 과일주스, 토마토, 식초가 들어간 무침은 따갑게 와닿을 수 있으니 그날 목 상태를 보고 조절하면 된다. 사실 같은 음식도 컨디션 좋은 날과 나쁜 날이 다르니, 메뉴를 딱 정해두기보다 그날그날 맞춰 바꾸는 융통성이 더 중요하다.

문제는 부드러운 음식만 먹다 보면 양이 줄고 영양이 빠진다는 점이다. 죽 한 그릇은 밥 한 공기보다 칼로리도 단백질도 적다. 그래서 적은 양에 영양을 욱여넣는 쪽으로 머리를 써야 한다. 죽에 달걀을 풀고 으깬 두부나 잘게 다진 닭가슴살을 섞고, 마실 것엔 우유나 두유, 분유를 더해 농도를 올리는 식이다. 시중의 균형영양식 음료를 한 끼나 간식 대신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 번에 많이 못 먹으니 세 끼를 고집하지 말고 두세 시간 간격으로 조금씩 자주 입에 넣는 편이 결과적으로 더 많이 들어간다.

그래도 도무지 삼킬 수가 없고 물조차 넘기기 버거운 시기가 올 수 있다. 이때 억지로 굶어가며 버티는 게 미덕은 아니다. 몸무게가 일주일에 눈에 띄게 줄거나, 거의 못 먹는 날이 며칠 이어지면 담당 의료진에게 솔직히 말해야 한다. 통증을 줄이는 처치나 영양 보충 방법, 필요하면 일시적인 관 영양까지 의외로 선택지는 여러 개다. 치료가 끝나고 점막이 아물면 삼킴은 서서히 돌아온다. 그 시기를 무너지지 않고 통과하는 게 지금의 진짜 과제다.

여기 적은 건 일반적인 경험을 정리한 이야기일 뿐이라, 내 입과 목 상태에 맞는 식단은 결국 담당 의료진·영양사와 상의해서 잡는 게 가장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