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를 일부, 혹은 전부 떼어낸 뒤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이 바로 '먹는 일'이다. 수술 전에는 당연하던 한 끼가 갑자기 숙제처럼 느껴진다. 음식을 담아둘 공간이 줄거나 사라진 몸은 예전 방식으로는 받아주질 않는다. 그래서 회복기 식사는 '많이 먹어서 기운 차리기'가 아니라, 줄어든 그릇에 맞춰 먹는 법을 새로 배우는 과정에 가깝다. 조급해할수록 탈이 나는 영역이라, 한 칸씩 올라간다는 마음이 오히려 빠른 길이다.

병원에서 퇴원할 무렵엔 대개 맑은 미음이나 묽은 죽으로 시작한다. 처음 며칠은 숟가락으로 몇 입 떠먹고 속이 괜찮은지 살피는 게 전부일 때도 있다. 그러다 무른 죽, 진밥, 그리고 일반식으로 단계가 올라가는데, 이 간격은 사람마다 다르다. 옆 병상 분이 벌써 밥을 먹는다고 따라가려다 오히려 더디게 회복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기준은 단순하다. 한 단계에서 메스껍거나 더부룩하지 않고 편하게 넘어가면, 그때 다음으로 넘어가면 된다.

가장 중요한 습관은 양보다 횟수다. 하루 세 끼라는 틀을 버리고 다섯에서 여섯 번으로 잘게 쪼개는 편이 낫다. 한 번에 조금씩, 대신 자주. 그리고 천천히 씹는다. 위가 하던 분쇄 작업을 이제 입이 대신 해줘야 하니까. 한 입을 스무 번 넘게 씹는다 생각하고, 식사 시간은 적어도 이삼십 분을 잡는 게 좋다. 또 하나, 밥 먹을 때 물이나 국을 함께 들이켜면 음식이 빠르게 쓸려 내려가 속이 더 불편해진다. 국물은 식사 사이사이 따로 조금씩 마시는 쪽을 권한다.

회복기에 자주 겪는 게 덤핑증후군이다. 음식이 장으로 너무 빨리 쏟아져 들어가면서 식은땀, 어지럼증, 두근거림, 복통, 설사가 몰려오는 증상인데, 단 음식이나 정제된 탄수화물을 한꺼번에 먹었을 때 잘 나타난다. 달달한 음료나 케이크 한 조각이 의외로 큰 고비를 만든다. 그래서 단순당은 줄이고, 단백질과 적당한 지방을 곁들여 흡수 속도를 늦추는 식단이 도움이 된다. 먹고 나서 살짝 비스듬히 기대 쉬는 것도 증상을 누그러뜨린다.

일상식으로 돌아온 뒤에도 챙길 게 있다. 위 절제 후에는 철분과 비타민 B12, 칼슘 흡수가 떨어지기 쉬워서 빈혈이나 뼈 건강 문제가 뒤늦게 찾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살코기, 생선, 달걀, 두부 같은 단백질을 매 끼 한 가지씩 끼워 넣고, 부족분은 검사 결과를 보며 보충제로 메우는 식으로 관리하게 된다. 체중이 한동안 빠지는 건 거의 모두가 겪는 일이라 너무 겁먹지 않아도 된다. 다만 몇 달이 지나도 계속 줄거나, 삼킴이 점점 불편해지거나, 토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그건 그냥 넘길 신호가 아니다.

막상 해보면 식사 회복은 정답표가 있는 게 아니라 자기 몸의 반응을 읽어가는 일에 가깝다. 어떤 음식은 잘 받고 어떤 건 영 아닌지, 한 끼 양은 어느 정도가 편한지를 메모해두면 다음 끼니가 한결 수월해진다. 사실 이만큼만 지켜도 몸은 생각보다 잘 따라온다. 그리고 이 글은 일반적인 안내일 뿐이라, 본인의 단계 조절이나 보충제는 꼭 주치의·영양팀과 상의해서 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