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경부암 치료를 받다 보면, 입과 목이 헐고 삼키기가 너무 힘들어 끼니를 도저히 못 챙기는 시기가 온다. 그럴 때 배 쪽에 작은 관을 내어 위로 곧장 영양을 넣는 방법이 위루관, 의학용어로 경피적 위조루술(PEG)이다. 처음 권유받았을 때는 '입으로 못 먹는다'는 사실이 서글펐는데, 막상 체중이 더 빠지지 않게 붙들어 주니 치료를 버티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시작은 무조건 천천히 하는 게 좋았다. 관을 처음 쓰는 날부터 한 끼 분량을 다 넣으면 배가 더부룩하고 메스꺼워지기 쉽다. 적은 양을 묽게 시작해 며칠에 걸쳐 농도와 양을 올리는 식으로, 위가 적응할 시간을 줬다. 한 번에 콸콸 붓기보다 천천히 흘려보내듯 주입하니 속이 훨씬 편했고, 영양액 온도도 차갑지 않게 실온 정도로 맞추는 게 도움이 됐다.

자세도 생각보다 중요했다. 누운 채로 영양을 넣으면 역류해서 사레들리거나 폐로 넘어갈 위험이 있다고 해서, 주입하는 동안과 끝난 뒤 30분에서 한 시간은 상체를 세워 앉아 있었다. 텔레비전을 보거나 책을 펼쳐 두면 그 시간이 덜 지루했다. 식사라는 게 꼭 씹는 일만은 아니라는 걸, 그 자세를 지키는 동안 새삼 받아들이게 됐다.

관 자체와 주변 피부 관리는 매일의 숙제였다. 영양을 넣기 전후로 미지근한 물을 흘려 관 안쪽을 헹궈 막힘을 예방했고, 약을 넣을 때는 가루를 잘 녹여 넣은 뒤 다시 물로 씻어냈다. 관이 나오는 부위는 부드러운 거즈로 닦아 마른 상태를 유지했는데, 붉어지거나 진물이 나면 그냥 두지 않고 의료진에게 보였다. 관이 빠지거나 새는 일을 줄이려면 옷에 잘 고정해 당겨지지 않게 하는 것도 요령이었다.

입으로 조금씩 먹는 연습을 병행할 수 있는 시기가 오면, 위루관은 부족한 부분만 채우는 보조 역할로 물러나기도 한다. 나는 처음엔 물 한 모금, 미음 한 숟갈로 시작해 점점 입으로 먹는 비중을 늘려 갔다. 관에만 의지하던 데서 조금씩 벗어나는 그 과정이, 회복을 몸으로 느끼게 해 준 작은 이정표였다.

위루관은 입으로 못 먹는 동안 몸을 지켜 주는 임시 다리 같은 것이지, 영원한 패배가 아니다. 영양을 놓치지 않고 버틴 몸이 결국 다음 단계를 견딜 힘이 된다. 주입 속도나 영양액 종류, 관 관리 방법은 사람마다 조건이 다르니, 막연히 짐작하기보다 담당 의료진과 영양사에게 내 경우를 맞춰 확인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

이 글은 일반적인 식이·생활 정보를 쉽게 전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영양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