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을 다 끝냈으니 이제 몸이 차차 제자리로 돌아올 줄 알았는데, 손끝과 발끝의 저린 느낌은 좀처럼 떠나지 않는다. 단추를 잠그다 자꾸 놓치고, 양말 신은 채로 걷는 듯 발바닥이 둔하고, 찬 것을 만지면 찌릿하다. 치료는 끝났는데 왜 나는 아직도 이러나 싶어 마음이 가라앉는 날이 있다.

이 저림은 대장암 항암에 자주 쓰는 옥살리플라틴 같은 약이 말초신경에 남긴 흔적인 경우가 많다. 손발저림, 즉 말초신경병증(peripheral neuropathy)이라고 부르는데, 약을 끊고도 한참, 어떤 분은 몇 달에서 그 이상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니 "치료 끝났는데 왜 안 낫지" 하고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이건 게으름도, 마음먹기의 문제도 아니다. 신경이 천천히 자기 속도로 회복하는 중일 뿐이다.

다만 막막하게 견디기보다 일상에서 도와줄 수 있는 게 있다. 찬 기운이 증상을 깨우는 분이 많으니, 추운 날엔 장갑과 두꺼운 양말로 손발을 따뜻하게 감싸 주는 게 도움이 된다. 감각이 둔해진 발은 다치고도 모르고 지나치기 쉬워서, 뜨거운 물 온도는 손이 아니라 팔꿈치로 확인하고, 맨발보다 푹신한 실내화를 신는 작은 습관이 안전을 지켜준다.

저림이 심해 잠을 설치거나, 통증으로 번지거나, 단추·젓가락질처럼 일상 동작이 자꾸 무너진다면 혼자 참지 말고 꼭 의료진에게 이야기하시길. 증상을 덜어주는 약이나 재활, 작업치료로 도움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 "이 정도는 다들 겪는 거겠지" 하며 넘기다 보면, 정작 받을 수 있는 도움을 놓치게 된다.

회복이 더딘 날에는 마음도 같이 지친다. 다 나은 줄 알았던 몸이 자꾸 자기 흔적을 들이밀면, 치료의 기억까지 함께 따라와 서글퍼지기 마련이다. 그럴 땐 오늘 안 되던 단추가 아니라, 한 달 전보다 조금 나아진 부분에 눈을 두어 보면 좋겠다. 신경의 회복은 직선이 아니라 들쭉날쭉한 곡선이라, 어제보다 오늘이 나쁘다고 끝이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저림은 당신이 그 힘든 치료를 끝까지 견뎌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둔해진 손끝으로도 밥을 짓고, 둔해진 발로도 산책을 나서는 그 하루하루가 이미 회복의 일부다. 천천히여도 괜찮다. 몸이 자기 속도로 돌아오는 동안, 그 곁을 너무 다그치지 말고 같이 걸어가 주면 된다.

이 글은 정서적 지지를 위한 것으로,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손발 저림이 심해지거나 통증·일상 장애로 이어지면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